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 2011'에서 포스코의 트리즈 도입 사례와 혁신 기법을 직접 소개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학술대회에 참석해 자사의 경영기법 도입과 발전 사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새로운 그룹 비전 '포스코 3.0'은 철강을 바탕으로 신소재 등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업(業)',활동 무대를 전 세계로 넓혀가는 '장(場)',개방적이고 창조적 혁신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나뉜다"며 "이 중 트리즈는 '동'을 달성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트리즈 경영기법으로 개발한 '프리즘(PRIZM)'은 '업무 방법론 안의 포스코 트리즈(Posco TRIZ inside methodology)'의 약자다.
정 회장이 트리즈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포스코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유력한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취임 이후 포스코를 '제철보국(製鐵報國)'으로 요약되는 전통적인 철강업체에서 글로벌 종합 소재기업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궁변통구(窮變通久)'란 신년 휘호를 소개했다. 궁변통구란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궁하면 변하게 되고,변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항구적인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트리즈를 통해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올해 △혁신적 지식 양성 △경쟁력 강화 △경영의 스마트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트리즈를 '혁신의 핵심 도구'라고 자신있게 소개한다. 그만큼 트리즈를 도입하면서 거둔 성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트리즈 기법을 적용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1600억원"이라며 "자동차 및 가전제품용 강판을 전자기유도로 코팅하는 EML-PVD 공정의 장비 손상 문제를 해결해 280억원,철광석 소경광 보관 사일로를 바꿔 6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각각 거뒀다"고 말했다. 김세현 포스코 생산성센터장(상무)은 "지난해 말 트리즈를 이용한 혁신기술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깜짝 놀랄 연구 결과들이 여럿 있었다"며 "올해 경제적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트리즈(TRIZ)
옛 소련의 겐리히 알츠슐러(1924~1998)가 1946년부터 17년 동안 20만건 이상의 러시아 특허를 분석,개발한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그는 특허 분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아이디어 패턴 40개를 뽑아내 트리즈 이론을 정립했다.
삼성전자,LG,포스코 등이 1990년대 말 트리즈를 도입,성과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이 트리즈를 선도하고 있다고 할 만큼 연구활동과 산업분야 활용이 활발하다. 해외에서는 인텔,보잉,지멘스 등이 트리즈를 기술혁신의 한 방법으로 채택해 연구개발과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양병훈/조귀동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