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스피치를 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출신의 아버지 나움 페이건슨이 첫날 '커가는 트리즈 파워'란 주제를 발표한 데 이어 아들인 올레그 페이건슨이 '러시아의 트리즈 진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한 트리즈 마스터 부자다.

둘째날 진행된 세션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교생도 눈에 띄었다. 서울 보성고 3학년생인 김남연 군은 전국 고등학교 3학년 모의고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군은 "아버지가 읽고 있던 책을 통해 트리즈를 처음 접했는데,40가지 문제해결 원리에 빠져들게 됐다"며 "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해 트리즈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해 열린 트리즈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의 트리즈 활용 사례를 발표하는 세션에는 유명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벤처기업 1세대인 이민화 KAIST 교수(전 기업호민관)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연사들의 강연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이런 콘퍼런스를 많이 열어야 한다"며 "KAIST 내 영재 과정에도 트리즈 수업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첫날 발표자로 나선 한정화 한양대 기획처장은 "트리즈를 학교 경영에 적용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창환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은 "디자인 방법론에 관심이 많다"며 "건축 디자인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해결하는 데 트리즈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경태원 R&D특허센터 IP기반본부 선임연구원은 "요즘 대 · 중소기업 상생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중소기업에 필요한 건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 해결 능력"이라며 "트리즈가 중소기업에서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국인 참석자들도 수업을 경청하고 트리즈 전문가들과 활발하게 인사를 나눴다. 기나디 키제비치 삼성코닝정밀소재 고문은 "삼성에서 30~40개의 트리즈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며 "앞으로 트리즈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국에서 동료 5명과 함께 참가한 수메트 찬타나출라퐁 시멘트업체 SCG 엔지니어는 "트리즈 초급자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트리즈 콘퍼런스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자리가 모자라 행사 운영요원들이 진땀을 흘렸다. 복도까지 임시 의자를 채웠는데도 자리가 부족해 몇 시간씩 서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휴식 시간에는 다과가 마련된 라운지가 웅성거렸다. 삼삼오오 모여 명함을 교환하며 트리즈에 대한 얘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연사에게 다가가 추가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최규술/조귀동/양병훈/조미현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