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16~17일 이틀간 2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나선다. 발행 2년 뒤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데다 주가 하락 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조정(리픽싱) 조항이 있어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대한전선이 작년 말 기준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으로 인해 적자 상태인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전선은 대표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을 비롯 동양종금 · KB투자 · 하나대투 · 현대 · 솔로몬 · 대신 · LIG투자 · 이트레이드증권 등 9개 증권사를 통해 차입금 상환을 위한 2500억원의 BW 청약을 받는다. BW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사채(社債)다. 증권사 지점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발행 및 환불일은 오는 21일이다.

대한전선 BW는 사채와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분리 상장된다. 3개월마다 지급하는 표면 이자율이 연 3%며,4년 만기에 만기이자율은 연 6.7%다. 투자자는 2년 뒤 원금의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갖는다. BW 발행 한 달 뒤부터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대한전선 신주를 받거나 신주인수권을 시장에서 팔 수 있다. 행사가액은 주당 5240원이다.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관계자는 "대한전선 주가가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어서 향후 주가 상승 시 주가와 행사가의 차액만큼 자본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이 최근 무주리조트 매각,노벨리스코리아 기업공개(IPO) 등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어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또 주가가 하락할 경우 최초 정해진 가격의 75% 수준까지 행사가를 조절할 수 있다. 정민섭 동양종금증권 IB사업본부 차장은 "행사가가 시가보다 높았던 코오롱건설 BW와 최근 발행한 세아제강 교환사채(EB)에 비해 투자 조건이 낫다"며 "2년 후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있어 장기투자에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전선이 재무 상황이나 수익성이 열악한 점은 투자에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한전선의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머물러 수익성이 낮은 데다 지난해 순손실이 7092억원에 이른다. 7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 이자비용(1570억원)과 대손상각(4188억원),지분법 손실(4450억원) 탓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감안할 때 차입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