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애널리스트들도 보고서에서 증시 이해득실을 분석하기 앞서 희생자들에게 잇따라 조의를 표하고 있다. 어떤 재난이 닥쳐도 냉정하게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해야 하는 애널리스트의 속성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란 평가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5일 발표한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으로 물질적,심리적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한 연구원은 "지난 주말 이후 일본 지진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연이어 쓰고 있는데 '자연의 힘' 앞에 합리적 경제 전망의 어려움을 깨닫고 비정한 자본논리도 재확인한다"며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신현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증권시장에서 일본 대지진의 수혜주를 찾느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갑작스런 대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나눠줄 수 있는 이야기도 활발하게 나눴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문을 다녀온 직후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는 개그맨 이야기가 떠오른다"며 "증시를 전망하는 일을 하면서 아픔에 공감해야 할 사건에 이해득실을 따져야 해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고 토로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동참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 앞부분에 "일본 지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고 적었다.

한편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중동 민주화 바람에 이어 일본발 초대형 변수가 터짐에 따라 시장 전망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예상치 못한 대형 외부변수가 잇따라 터져 나와 전망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