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지역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설들이 도미노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1 · 3호기 폭발에 이어 15일 새벽엔 2호기도 폭발,격납용기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이어 4호기에서도 수소폭발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원전 주변에선 방사선 수치가 연간 피폭 한도의 16배를 넘어섰고,도쿄 인근 사이타마에서도 방사선 수치가 정상 수준의 40배에 이르면서 일본 전역이 방사성 물질 공포에 휩싸였다.


◆2호기 폭발,격납용기 손상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원자력안전보안원 발표를 인용,"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있는 원자로 격납용기 압력억제실 설비 부근에서 오전 6시15분께 폭발음이 발생,설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2호기의 격납용기도 일부 손상됐다"고 분석했다.

폭발 이후에도 원자로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업이 계속됐지만 수위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격납용기가 일부 손상되면서 공포가 커졌다.

실제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에선 시간당 8217마이크로시버트(μSv · 방사선량 측정 단위)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이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측은 주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앞으로 추가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1원전에서 20~30㎞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대기하라"고 말했다.
◆도미노 폭발,4호기까지

이날 새벽 원전 2호기가 폭발한 데 이어 오전엔 4호기마저 폭발했다. 나흘 새 후쿠시마 제1원전 6개 원자로 중 4기가 폭발한 것이다. 나머지 2기는 가동 중단된 상태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4호기 원자로 자체는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정기 점검으로 운전이 정지됐지만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 후 핵연료의 열 때문에 수소가 발생하면서 1 · 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작업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4호기의 진화작업을 했다"며 "불은 전부 껐다"고 발표했다.

◆공포확산…외국인 일본 탈출도

방사성 물질은 빠르게 일본 전역으로 확산됐다. 교도통신은 "후쿠시마현 남쪽에 있는 이바라키현에서 이날 오전 통상 검출치의 최대 100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도쿄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다. 이에 따라 인구 1200만명의 일본 심장부 도쿄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바람이 후쿠시마에서 도쿄 쪽인 남서부 방향으로 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16일엔 초속 3~5m의 강풍이 남쪽으로 불 것으로 예보돼 방사성 물질이 수백㎞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남서쪽으로 240㎞ 정도 떨어져 있다.

일부 국가는 도쿄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다른 지역으로 대피를 권고했다. 주일 프랑스대사관은 홈페이지에 "도쿄 지역(간토지방)에 머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앞으로 수일 동안 그 지역을 떠날 것을 권고한다"는 경고문을 올렸다.

프랑스원자력안전국(ASN)은 "미국 스리마일 사고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고 현재 4단계 수준에서 5~6단계까지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방사능 유출이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김동욱/장성호 기자 chabs@hankyung.com

◆ 압력억제실

원자로 격납용기 아래쪽에 있는 물 저장 시설이다. 수증기를 물로 바꾸는 역할을 하며,원자로 내의 증기가 높아졌을 경우 증기를 배출하고 압력도 내려준다. 이 시설이 손상되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1,2,3,4호기의 폭발이 압력억제실 손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