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의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 원자력 발전소도 폭발했다. 독일에 일본과 같은 대지진이 닥칠 경우,'독일 원전은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앞으로 '원전 르네상스'가 아니라 '원전 홀로코스트(대학살)'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1 · 2 · 3 · 4호기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원전 관계자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지진 다발 지역임에도 불구,일본이 원전을 대규모로 건설했던 배경에는 "지진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이 있었지만 '자만'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발 원전 충격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독일이다. 자국 내 전체 원전 안전도를 재점검하고 나섰고,1970년대에 건설된 일부 노후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은 일본처럼 진도 8~9에 이르는 강진과는 거리가 먼 곳이지만 진도 9의 초강진이 발생하는 경우를 상정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튼튼한 물건을 만들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일본제 제품'은 신뢰의 상징이었지만,일본 기술력의 총합이라는 원전이 대형 사고를 내면서 '안전하다'는 개념에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원전은 안전하냐,사고가 터졌냐의 두 가지 선택만 있을 뿐 중간에 타협할 공간이 없다"며 "일본 사태로 누구도 더 이상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도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르몽드는 "프랑스 에너지 장관마저도 지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인 로버트 알바레스 미 정책연구소 위원도 "미국 내 원전은 진도 7.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지만,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진도가 8.3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주요 원전 강국들이 원전의 안전문제를 근본부터 살피는 모습을 강건너 불 보듯해서는 안될 것 같다. 한국의 원전은 일본과 달리 냉각시설을 완전히 분리,상대적 안전성이 낫다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재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