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해외 악재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이탈한 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 대지진,리비아 사태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이 안전자산으로 대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고채 가격은 연일 급등(채권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지표물인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5일 0.07%포인트 하락한 연 3.89%로 마감됐다. 지난 4일(4.36%) 이후 9일 만에 0.47%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국고채 3년물도 이날 0.07%포인트 내린 연 3.57%에 거래를 마쳐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10일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고채 금리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각종 악재에 기대수익률을 낮춘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려 채권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의 채권에 대한 높은 관심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사모 국내채권형 펀드로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3650억원이 순유입됐다. 11일에도 1622억원이 더 들어왔다. 금리인상 우려로 지난 1~2월 두 달 새 사모 채권형펀드에서 6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0일 한 법인이 사모 채권형펀드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은행권 단기자금과 기관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머무르는 MMF 잔액은 이달 초 57조원까지 떨어졌다 11일 58조원으로 1조원가량 늘었다.

증권사 영업점에서도 소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다. 문용훈 우리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부장은 "두 달 가까이 조정장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안정지향적으로 변해 단기보다는 장기물에 관심이 많다"며 "정기예금 이자율이 연 4%대인 만큼 연 5.5% 이상 수익만 보장되는 채권이면 적극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강남지역 PB도 "올 들어 고객들이 채권에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만기 7년 이상인 금융채나 물가연동채를 30억~40억원씩 사가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금리 인상 영향을 덜 받는 초단기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박준홍 동양증권 금융센터강남본부점 부장은 "지난주 세전 연 7% 정도인 러시앤캐시의 6개월짜리 기업어음(CP) 300억원어치를 예약판매했는데 고객들이 많게는 4억~5억원씩 주문해 몇 초 만에 매진됐다"고 전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