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글스 … 내내 서서 봤죠"…4050 남성 팬 아낌없는 박수
'데스페라도' 등 앙코르 3곡 선사
15일 미국 록그룹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은 청중으로 북적거렸다. 1970년대 세계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이글스를 보기 위해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끝없이 몰려들었다.
예정된 공연 시간이 조금 지난 8시10분,객석의 불이 꺼졌다. 동시에 글렌 프라이(기타),돈 헨리(드럼),조 월시(기타),티모시 비 슈미트(베이스) 등 멤버들이 하나 둘 등장했고 무대 조명이 켜지자 공연장은 관객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첫 곡은 '세븐 브리지스 로드(Seven bridges road)'였다. 멤버 모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노래로 첫 인사를 대신한 것.노래가 끝나고 프라이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서울,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하자 객석은 다시 한번 환호로 뒤덮였다.
금발의 슈미트가 메인 보컬을 맡아 '아이 돈 원 투 히어 애니 모어(I don't want to hear any more)'를 부른 뒤 무대는 갑자기 정적에 싸였다.
이어 트럼펫 소리가 애처롭게 흘러나왔다. 익숙하고 아련한 기타 솔로 선율.이글스를 '전설'의 반열에 올린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가 시작되자 객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프라이와 월시의 애절한 기타 듀엣에 숨이 멎는 듯했다.
뜨거운 반응과 함께 박수갈채가 그치지 않자 이번에는 데뷔 앨범에 담긴 '피스풀 이지 필링(Peaceful easy feeling)'으로 열기를 식혔다. 슈미트가 마이크를 잡은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와 헨리의 '위치 우먼(Witchy woman)',그래미상 수상곡인 '라잉 아이즈(Lyin' eyes)',솔로곡 '더 보이즈 오브 서머(The boys of summer)',월시의 보컬과 기타 솔로가 돋보인 '인 더 시티(In the city)' 등 멤버들 모두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며 1부를 마쳤다.
2부에서는 네 멤버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신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수록곡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웨이팅 인 더 위즈(Waiting in the weeds)''노 모어 클라우디 데이즈(No more cloudy days)' 등 악기보다 보컬이 강조된 노래들을 연달아 불렀다.
이들은 1982년 해체 이후 재결합한 뒤 처음 발매한 음반 수록곡 '러브 윌 킵 어스 얼라이브(Love will keep us alive)'를 포함해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더티 론드리(Dirty laundry)''펑크 49' 등 히트곡으로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 곡은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래인(Life in the fast lane)'이었다.
관객들의 갈채 속에 멤버들이 무대 뒤로 사라지자 청중은 앙코르를 끝없이 외쳐댔다. 2~3분 후 무대로 나온 멤버들은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로키 마운틴 웨이(Rocky mountain way)'와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데스페라도(Desperado)'로 환호에 보답했다. 3시간에 걸친 열정의 무대였다.
이번 콘서트는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전체적으로 단출했지만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한 공연이었다. 최고등급 좌석은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최고가인 33만원이나 됐지만 티켓 예매 첫날 매진됐다. 1만2000여 전 좌석이 다 팔렸다.
입장권 구입자 중 60%가 40대,30%가 30대였다. 박연섭 씨(53)는 "요즘 아이들이 린킨 파크를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이글스가 최고였다"며 "지금이라도 이글스의 노래를 직접 듣게 돼 너무 기쁘고 공연 내내 서서 음악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CJ E&M 측은 20대 중심의 국내 공연시장에서 경제력을 갖춘 7080세대의 맞춤형 콘서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최성욱 CJ E&M 음악공연사업부장은 "관객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단 한번밖에 볼 수 없는 명품 공연'의 가치를 팬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