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발표 못믿는 국민들…드라마 '싸인' 학습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16일 오전 '장자연 편지' 속 필적이 고(故) 장자연씨의 필적과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 결과는 이 문건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SBS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SBS는 보도 당시 문제의 편지들을 장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공인전문가의 감정서를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경찰이 수사의 핵심단서가 될 이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조사를 하지 않아 진상 은폐 의혹이 불거지게 됐다"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SBS는 국과수의 '자작극 편지'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故장자연의 편지'가 친필이 아니라는 것에 가장 권위있는 기관인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BS 측은 "이번 문건을 입수한 과정과 보도경위에 대해 16일 SBS '8 뉴스'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SBS 보도 이후 '장자연 편지' 건에 대한 수사에 재착수, 지난 9일 장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광주교도소 수감자 전모(31)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장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23장을 확보, 국과수에 필적 및 지문감정을 의뢰했다.

경찰도 국과수 발표에 맞춰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일명 고 장자연 편지는 가짜”라고 최종 발표했다.

16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지방경찰청에서 진행된 수사 결과 공식브리핑에서 “고인의 자필편지 관련 보도와 관련해 일명 장자연 편지의 진위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편지 원본 등을 압수, 국과수에 필적 및 DNA 감정 및 경찰청에 지문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고인과 전씨의 관련성 및 신빙성을 확인키 위해 다각도로 조사했다”면서 재수사는 없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과수와 경찰의 발표에도 시민들은 덤덤하게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싸인'의 학습효과일까.

'싸인'에서는 국과수 원장이 정치적 권력에 굴복해 사건 증거를 조작하는 내용과 이에 맞서는 부검의의 죽음을 소재로 다뤘다.

'국과수 결과를 못믿겠다'는 쪽과 '공신력있는 기관을 못믿으면 도대체 누굴 믿을수 있나'고 팽팽히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과수는 못믿고 죄수를 믿겠다'는 아이러니한 기현상이 일어나고있는 것이다.

전모씨는 전과 10범으로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1999년 2월 수원 중부경찰서에 처음 구속돼 4년형을 선고받았고 만기출소했다.

이어 3개월 만인 2003년 5월 같은 죄로 구속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5월 출소 예정이었으나 교도소에서 교도관을 폭행한 죄(특수공무집행방해)로 15개월 형이 추가된 상태다.

한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경찰 발표 직후 수사당국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논란이 보여주는 것은 국민의 대부분이 '장자연 사건'에 풀리지 않은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라며 "이번에 공개된 편지 말고도 원래 故 장자연 씨가 자신의 주민번호를 기재하고 지장을 찍어서 직접 쓴 것이 분명한 문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문건에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연예계의 성상납관행에 대한 고발이 담겨 있는데, 경찰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외면한 채 왜 새로운 문건의 진위에만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인가"라며 "경찰이 이번 편지의 진위 여부에 목을 매는 것은 '달을 가리키자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 결국 경찰은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과수의 조사로 장자연의 편지가 가짜 해프팅이었다는 결론은 내려졌지만 연예계 성상납의 실체는 어느정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며 이 일을 계기로 제2의 장자연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