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이념과 철학의 결사체다. 쿠데타조차 혁명공약이라는 거창한 이념을 내건다. 보선을 앞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우파정당을 찍어달라는 호소를 내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그동안의 행보가 과연 우파 이념에 걸맞은 정당이었는지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한다는, 몇년 전과 방향은 다르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그런 말들도 나온다. 대중 추수적이며 즉흥적이어서 대북정책을 제외하면 과연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정당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당초의 개혁 의지는 색이 바랬고, 정부와 관료는 더욱 비대해지고, 급기야 기업들의 이익을 내놓으라는 엄포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우파정당이라는 생각을 가질 여지가 없다. 친서민과 공정을 빌미로 시장 규칙과 가격 질서를 파괴하는 최근의 모습은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정당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소위 70% 복지론이며, 퍼주자는 햇살론이며, 물가를 빌미로 기업의 장부를 들추고, 급기야 어제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사법 개혁은 온데간데없고 국회의원들이 자기 세비는 제 마음대로 올리면서 자신들의 정치자금은 면책하자는 그런 일을 한 것 외엔 한나라당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강원 도지사에 출마하는 유력 후보자군에는 촛불시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전 MBC 사장도 포함돼 있다. 촛불시위는 사이비 과학 용어로 국민을 허위공포로 몰아넣었던 비열한 책동이었다. 이념과 철학이라고는 없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다. 잘 한 일이라고는 대통령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처한 것과 UAE에서 원전을 수주하고 유전 참여권을 얻어낸 것 등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 개혁은 후퇴했고 법치 정신은 뒤죽박죽됐다. 무엇으로 표를 달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