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슈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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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가 멸망한다는 고대 마야의 예언은 사실이 아니다. ' 2009년 NASA(미 항공우주국)가 발표한 성명이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지구멸망설을 잠재우기 위해 이례적으로 NASA가 나선 것이다. 멸망설의 개요는 이렇다. 고대 수메르인들이 발견한 행성 '플래닛X'는 태양계의 12번째 위성으로 공전 주기는 3650년이다. 지구보다 4배 큰 이 행성이 스쳐 지나가면 지구 축이 바뀌면서 대재앙이 일어난다. 그 시기가 2012년이다….
NASA는 '에리스'라는 행성이 우주를 떠돌고는 있으나 지구에 64억㎞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태양계 밖에 안전하게 머물기 때문에 지구 축을 바꾸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렇게 예언과 과학이 뒤섞이면 그럴듯해 보인다. 2013년 5월 태양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동반한 폭풍이 지구를 덮친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노출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지구가 치명타를 입는다는 얘기다.
이번엔 '슈퍼문 재앙설'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19일 사상 다섯 번째로 슈퍼문이 출현하면서 지구에 재앙이 닥친다는 예언이다. 슈퍼문은 지구와 달이 가까워져 큰 달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9일 지구와 달의 거리가 35만6000㎞까지 좁혀져 1992년 이래 가장 근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슈퍼문을 전후해 기상이변이나 지진,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가 일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2005년 1월 슈퍼문 2주 전쯤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휩쓸었고 1974년 12월 슈퍼문 무렵엔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호주의 다윈을 강타했다는 식이다. 동일본 대지진도 그 중의 하나란다.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간조 수위가 평소보다 낮아지고 만조 수위는 높아질 뿐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호주 천문학자 데이비드 리네케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자연재해도 태양,혜성과 같은 밤하늘 현상들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이 어수선하면 종말론이나 재앙설이 출몰하곤 한다. 중동 혁명이 가라앉지 않은 터에 동일본 대지진으로 많은 희생자가 생겼기 때문일까. 엊그제는 일본 원전폭발 낙진이 한반도로 날아온다는 헛소문이 퍼져 기상청이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항심(恒心)을 갖고 할 일을 차분하게 해나가야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NASA는 '에리스'라는 행성이 우주를 떠돌고는 있으나 지구에 64억㎞ 이내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태양계 밖에 안전하게 머물기 때문에 지구 축을 바꾸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렇게 예언과 과학이 뒤섞이면 그럴듯해 보인다. 2013년 5월 태양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동반한 폭풍이 지구를 덮친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노출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지구가 치명타를 입는다는 얘기다.
이번엔 '슈퍼문 재앙설'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19일 사상 다섯 번째로 슈퍼문이 출현하면서 지구에 재앙이 닥친다는 예언이다. 슈퍼문은 지구와 달이 가까워져 큰 달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9일 지구와 달의 거리가 35만6000㎞까지 좁혀져 1992년 이래 가장 근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슈퍼문을 전후해 기상이변이나 지진,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가 일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2005년 1월 슈퍼문 2주 전쯤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휩쓸었고 1974년 12월 슈퍼문 무렵엔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호주의 다윈을 강타했다는 식이다. 동일본 대지진도 그 중의 하나란다.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간조 수위가 평소보다 낮아지고 만조 수위는 높아질 뿐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호주 천문학자 데이비드 리네케는 "마음만 먹으면 어떤 자연재해도 태양,혜성과 같은 밤하늘 현상들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이 어수선하면 종말론이나 재앙설이 출몰하곤 한다. 중동 혁명이 가라앉지 않은 터에 동일본 대지진으로 많은 희생자가 생겼기 때문일까. 엊그제는 일본 원전폭발 낙진이 한반도로 날아온다는 헛소문이 퍼져 기상청이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항심(恒心)을 갖고 할 일을 차분하게 해나가야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