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심청' 보며 눈물…발레 한류 가능성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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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창작발레 '심청' 들고 월드 투어 떠나는 문훈숙 단장
"스물 다섯 살 '심청'을 데리고 40개 도시 월드 투어를 떠납니다. 발레 한류도 기대하세요. "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48)이 내달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2013년까지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의 40개 도시를 돌며 공연할 계획이다.
올해 투어는 내달 대만,5월 싱가포르,7월 미국과 캐나다,9월 일본,11월 오만 등 6개국 8개 지역.지난해 '심청'을 공연했던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니버설발레단의 1986년 작 '심청'을 올린다.
문 단장은 바쁜 일정에 눈이 빨갛게 충혈됐지만 들뜨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도 그때 일이 생생해요. '유 아 낫 레디(You are not ready).'1996년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 비나그라도가 해외 공연을 추진하던 우리에게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했던 말이죠.그 후 이를 악물고 떠난 1998년 뉴욕 공연에서 극찬을 받았어요. '한국인들,한다면 하는구나'를 보여줬죠."
그는 "지금까지 해외 공연이 유니버설발레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투자 개념의 공연이었다면 이번엔 한국 발레의 명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단장직을 맡은 지 10년이 됐어요. 유명 콩쿠르에 나가 상 받는 것도 좋지만 발레단이 더 큰 비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을 찾았죠.'천상의 예술인 발레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의 예천미지(藝天美地)가 떠올랐어요. 발레단의 비전이죠.각국 극장과 일일이 접촉하면서 설마 될까 했는데,하니까 되더라고요. "
이번 공연은 대부분 초청 형태다. 항공료와 세트 운송비만 우리 측이 내고,나머지 비용은 해당 국가에서 모두 부담한다. 월드 투어를 위해 무용수와 스태프 등 70명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150벌의 무대의상과 무대세트에 사용될 40피트(12.192m)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가 따라간다. 현지에서 무대 크루 40명도 합류한다.
"심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모든 극장이 '우리에게 없는 작품을 가져와달라'고 요청했죠."
'심청'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멤버였던 미국 안무가 에드리안 달라스에 의해 탄생했다.
1976년부터 선화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길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동화책 '심청'에 매료돼 발레로 작품화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초연했고,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첫 미국 공연 때 '백조의 호수'와 함께 공연한 뒤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쳤다.
문 단장이 심청 역을 하면서 고친 장면도 많고,음악을 수정하거나 디지털 영상을 삽입하기도 했다.
문 단장은 '심청'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외국 관객들도 심청과 아버지가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요.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잔잔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니까요. 1막에서는 소박한 마을,2막에선 바닷속,3막에선 궁궐의 모습까지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죠."
유니버설발레단은 내달 5~10일 대만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발레스타 갈라'에 초청받았다. 영국로열발레와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러시아 마린스키발레 등의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발레 축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