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이 지난 15일 BS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체제를 갖췄다. 새로운 실험이다. '덩치가 크지 않은 지방은행이 무슨 금융지주회사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당장은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금융지주회사에 걸맞게 비(非)은행 부문도 늘려야 한다.

BS금융은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주력 계열사인 부산은행을 지방은행 중 최고로 도약시킨 경험이 큰 자산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차근차근 늘려나갈 계획이다. BS금융의 자회사는 부산은행,BS투자증권,BS캐피탈,부산신용정보 등 4개다. 올해 안에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정보기술(IT)회사를 설립해 6개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자산운용사와 보험사도 설립해 금융지주사의 틀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경남은행을 인수한다는 계획도 포기하지 않았다. 경남은행을 제외하고도 2015년엔 총자산 70조원,당기순이익 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은행 선두로 도약한 경험이 큰 자산

지방은행 중 최고는 대구은행이었다. 설립일자도 가장 빠르고 총자산과 당기순이익도 가장 많았다. 2006년까지는 그랬다. 2006년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23조714억원.당기순이익도 2405억원을 냈다. 부산은행(22조7121억원,1839억원)이 턱밑까지 쫓아갔지만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2007년부터 역전됐다. 그 해 부산은행은 총자산 27조2983억원에 당기순이익 2707억원으로 대구은행(25조4116억원,2608억원)을 제쳤다. 그 뒤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작년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36조7888억원으로 불어났다. 대구은행(31조9818억원)과 5조여원의 차이를 냈다. 당기순이익도 3335억원으로 대구은행(2274억원)을 따돌렸다.

여기엔 지역 경제의 명암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산 · 경남지역 경제는 조선업 활황에 힘입어 활기를 띠었다. 부산은행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반면 대구 · 경북지역 경제는 주력인 섬유 · 신발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위축됐다. 대구은행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부산은행은 이런 환경을 잘 활용했다. 덩치를 키우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잊지 않았다. 남들이 돈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뛰어들 때 '무리하면 안 된다'며 자제했다. 그 결과 탄탄한 최고 지방은행으로 발돋움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역 경기가 괜찮은데다 리스크 관리를 잘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고,직원들의 자신감도 충만해 있어 앞으로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방은행 선두로 도약한 경험이 BS금융을 이끌 큰 자산이라는 얘기다.

◆동남권 최고의 금융그룹 지향

부산은행은 2007년부터 중 · 장기 경영전략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증권 자산운용 캐피털사 등을 갖춘 동남권 지주회사를 설립,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모델은 일본의 야마구치금융그룹.지역경제와 밀착된 통합영업으로 지방경제의 강자로 자리잡은 야마구치그룹처럼 지주회사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은행 특유의 밀착영업에다 자회사 간 교차판매,통합마케팅을 가미시키면 영업력도 높일 수 있고,고객에게도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목표에 따라 2009년 BS투자증권을 세웠다. 작년에는 BS캐피탈을 설립했다. 작년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목표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15일 지방은행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BS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BS금융지주는 오는 30일 재상장돼 거래가 재개된다.

BS금융은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 경영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공동구매,IT 통합 개발 등을 통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의 우량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비용 자금을 조달해 자회사에 지원할 수도 있다. 지주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회사 간 리스크 전염효과를 차단하고,통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고 있다.

◆2015년까지 총자산 70조원 목표

BS금융은 앞으로 자산운용사와 보험사를 설립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지역 저축은행도 인수할 예정이다. 경남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계획도 버리지 않았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2015년까지 경남은행을 제외하고도 총자산 70조원,당기순이익 7000억원의 지역금융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지금까지 통계로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게 BS금융의 설명이다.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2005년 말 1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6조8000억원으로 약 16조9000억원(85%) 증가했다. 연평균 13.18%의 증가율이다. 당기순이익도 2005년 1789억원에서 지난해 말 33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앞으로 5년간 자산증가율을 연 평균 11%로 가정하면 총자산은 60조원대로 커진다.

다른 자회사의 자산도 10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부적으론 5년 안에 자산을 BS캐피탈 2조5000억원,BS투자증권 5000억원으로 각각 늘린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면 부산은행을 포함한 BS금융 총자산은 70조원에 달하게 된다. 총자산이익률(ROA) 1%를 감안하면 당기순이익도 7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