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6일 1950선을 회복했지만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불안이란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시장 전망도 안갯속이다.

각종 악재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400 정도까지 오를 것이란 당초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찍을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뚜렷하게 갈린다. 대부분 증권사는 코스피지수가 '상저하고(上低下高)',즉 하반기에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상반기가 고점인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궤적을 예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들 "올해 고점 예상 안 바꿔"

증권사들이 올해 연간 주가 전망을 제시한 시점은 작년 11~12월이었다.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에 대한 컨센서스는 저점이 1700~1800,고점은 2300~2400 정도였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왕성한 '사자'에 힘입어 강한 오름세를 보였던 분위기가 올해 증시 전망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긴축,중동 정정 불안,일본 대지진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우증권을 비롯한 국내 10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에게 최근 시장 전망을 물어 본 결과,작년 연말에 제시한 코스피지수 고점을 변경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일부 증권사는 오히려 코스피지수 저점을 상향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당초 1720이던 지수 저점을 1950으로,신한금융투자는 1650에서 1850으로 각각 200포인트 이상 높여잡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기업들의 예상 이익 기준으로 지수 1900선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9배에 해당한다"며 "금융위기처럼 기업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줄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PER 9배 밑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지진 등 엄청난 악재에도 1900선은 깨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지수 하단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펀더멘털 vs 유동성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시장이 언제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인가로 모아진다. 8개 증권사는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중 저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변수는 국내외 경기와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경기 흐름을 따져보면 국내외 경기가 상승세로 완연하게 반전하는 게 2분기 정도이고,중국 물가 불안도 이때쯤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3분기에 본격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결국 주가는 기업들의 이익을 따라가는데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컨센서스가 있는 기업 기준)은 1분기 24조원에서 점차 늘어 3분기엔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증시 유동성을 중시하는 토러스투자증권과 한화증권은 지수가 상반기 중 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시장분석팀장은 "2009년 3월 이후 시작된 상승장의 핵심 동력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라며 "결국 향후 시장흐름도 글로벌 유동성이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선행성이 있어 기업의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3분기 전에 이미 고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로 가면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