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생각의 크기, 기업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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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사는 어떤 중학생 얘기다. 중3인데 신문을 아주 열심히 읽는다. 진학 준비를 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 부동산이 걱정돼서다. 장래 꿈을 물었더니 "아빠 부동산 빨리 물려받아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신문 기사 가운데는 부동산 가격과 절세 방법에 특히 관심이 많다.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는 "아빠가 은퇴한 뒤에 사고치면 안되는데…"하면서 걱정이 태산이라는 표정을 짓는단다.
또 다른 부촌에 사는 고등학생도 만만찮다. 심심하면 부모를 졸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다. 확인하고 다짐받을 게 있어서다. 강건너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이다. 아들 손을 꼭 잡고 엄마가 하는 말."아들아 저 건물 뒤가 우리 땅이고 7층짜리 빌딩은 저쪽에 있다. 다 네 거야.대학이나 취업 너무 신경 쓰지마라.엄마 아빠는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단다. "
공직과 기업에 있는 선배들에게 각각 들은 얘기다. 전하면서 약간 과장된 면은 있겠지만 부자들을 만나 이 얘기를 꺼냈더니 '이제 알았냐'는 표정을 짓는 이들이 많았다. 자기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 얘기는 어떤가. 대기업 연구소장 출신인 A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옛날 회사에 자주 나타난다. 이거 해달라,저거 해달라 부탁을 하는데 현직들이 거절하기 어렵다. A씨가 하는 얘기는 주로 이런 거다. "큰 일이야.20년 뒤에 서울에 마실 물이 없어질 것 같아.연구비 좀 내놔."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생각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크기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A씨 같은 사람에게 대부분 설복되는 이유는 그 생각이 거창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크기는 지식 정도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 크기는 자신을 중심으로 어디까지 넓으냐,또 시간적으로 얼마나 먼 미래를 보느냐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뿐 아니라 회사,지역,사회,나라,나아가 지구 전체로 넓어져가면서 생각은 커진다. 시간적으로는 이미 벌어진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작은 생각이요,50년 뒤 정도를 떠올리면 큰 생각이다.
A씨 같은 사람은 그 생각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쉽게 만들어낸다. 명분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생각에 압도당해서다. 이에 비해 '내가 중학교 때는 전교 1등했다'는 자랑은 그게 틀림없는 사실이어도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아무리 일 잘하는 상사라도 날마다 자기 가족 얘기만 하는 사람은 리더의 분위기를 풍기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하는 일이 과거 지향이냐 미래 지향이냐,그리고 관심갖는 이해당사자 그룹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한 조직의 그릇이 결정된다. 회사가 과거에 개척해 놓은 시장만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작은 생각이다. 한 업종에 갇혀 있으면 조직의 그릇은 점점 작아진다.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업종을 넘나드는 큰 생각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작은 생각의 회사들을 압도하며 결국 승리하게 돼 있다. 노키아를 보라.기존 시장에 안주하다 고객을 놓치고 시장을 놓치고 협력사를 놓치고 성장의 기회까지 잃었다.
부자들의 자식 사랑에 혀만 찰 일이 아니다. 우리 가족부터, 우리 회사부터 생각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훈을 새로 만들고 사훈도 재정비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런 것 없이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또 다른 부촌에 사는 고등학생도 만만찮다. 심심하면 부모를 졸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다. 확인하고 다짐받을 게 있어서다. 강건너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이다. 아들 손을 꼭 잡고 엄마가 하는 말."아들아 저 건물 뒤가 우리 땅이고 7층짜리 빌딩은 저쪽에 있다. 다 네 거야.대학이나 취업 너무 신경 쓰지마라.엄마 아빠는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단다. "
공직과 기업에 있는 선배들에게 각각 들은 얘기다. 전하면서 약간 과장된 면은 있겠지만 부자들을 만나 이 얘기를 꺼냈더니 '이제 알았냐'는 표정을 짓는 이들이 많았다. 자기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 얘기는 어떤가. 대기업 연구소장 출신인 A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옛날 회사에 자주 나타난다. 이거 해달라,저거 해달라 부탁을 하는데 현직들이 거절하기 어렵다. A씨가 하는 얘기는 주로 이런 거다. "큰 일이야.20년 뒤에 서울에 마실 물이 없어질 것 같아.연구비 좀 내놔."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생각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크기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A씨 같은 사람에게 대부분 설복되는 이유는 그 생각이 거창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크기는 지식 정도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 크기는 자신을 중심으로 어디까지 넓으냐,또 시간적으로 얼마나 먼 미래를 보느냐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뿐 아니라 회사,지역,사회,나라,나아가 지구 전체로 넓어져가면서 생각은 커진다. 시간적으로는 이미 벌어진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작은 생각이요,50년 뒤 정도를 떠올리면 큰 생각이다.
A씨 같은 사람은 그 생각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쉽게 만들어낸다. 명분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생각에 압도당해서다. 이에 비해 '내가 중학교 때는 전교 1등했다'는 자랑은 그게 틀림없는 사실이어도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아무리 일 잘하는 상사라도 날마다 자기 가족 얘기만 하는 사람은 리더의 분위기를 풍기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하는 일이 과거 지향이냐 미래 지향이냐,그리고 관심갖는 이해당사자 그룹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한 조직의 그릇이 결정된다. 회사가 과거에 개척해 놓은 시장만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작은 생각이다. 한 업종에 갇혀 있으면 조직의 그릇은 점점 작아진다.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업종을 넘나드는 큰 생각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작은 생각의 회사들을 압도하며 결국 승리하게 돼 있다. 노키아를 보라.기존 시장에 안주하다 고객을 놓치고 시장을 놓치고 협력사를 놓치고 성장의 기회까지 잃었다.
부자들의 자식 사랑에 혀만 찰 일이 아니다. 우리 가족부터, 우리 회사부터 생각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훈을 새로 만들고 사훈도 재정비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런 것 없이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