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모시,가이조데 오마치 시테오리마스 .(여보세요,전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자동차 몸체용 금형을 만드는 안용준 티엘테크 대표는 전시 부스를 찾겠다는 일본 고객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 대표는 "재작년 일본 도요타 사태와 유럽 지역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국 내에서만 부품을 구매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한국 금형을 많이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를 대비해 지난 2년간 공장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고 말했다.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막을 올린 '제20회 국제금형전'은 한국 금형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0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금형의 기술력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데다 납기와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어들은 특히 자동차 부품용 금형을 만드는 업체에 큰 점수를 줬다.

전시장을 찾은 일본인 쓰쓰미 세이지 씨는 "한국 금형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본 업체들이 전시회 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계측기업체 마르포스의 마르코 졸리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완성차업체들의 한국 금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차용 범퍼나 계기판 패널을 생산하는 신한금형은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빅3' 자동차 업체의 수요 가운데 20%를 납품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해외에서 사오는 범퍼금형은 신한 제품이 유일하다. 박태민 신한금형 대표는 "하나의 금형을 찍어내는데 경쟁사는 70~80초 걸리지만 우리는 35초면 된다"며 "고급차에 쓰이는 정밀한 디자인을 고객사 입맛에 맞게 설계해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본 업체의 품질 인증 기준을 통과하니 미국 유럽 쪽에서는 달리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먼저 연락이 온다"고 설명했다. 박순황 건우정공 대표는 아예 명함을 일본어로 찍어왔다. 계기판 금형을 주력으로 만드는 이 회사는 '박지성 차'로 유명한 포르쉐 '카이엔'이나 4도어 세단인 '파나메라'용 금형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 일본업체들의 주문이 부쩍 늘어나면서 매출이 지난해 대비 최소 2배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조기용 금형을 만드는 상진미크론은 최근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체인 카이퍼로의 납품을 시작했다. 고객사가 놀랄 정도로 단납기에 제품을 공급하고 100분의 2㎜ 이상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케이스 금형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해 삼성SDI를 통해 독일 BMW 납품길을 뚫었다.

김동섭 한국금형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 쪽 호조에 힘입어 금형 수출이 지난해 17억달러에서 올해 18억5000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산=남윤선/임근호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