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軍, 벵가지 외곽 장악 '승리' 임박…시민군 대학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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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비행금지구역 합의 못해
바레인 계엄 선포에도 시위 격렬…佛 "일부 아랍국 군사개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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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군이 중부 도시들을 차례로 함락시키면서 시민군을 벼랑끝까지 몰아붙였다. 시민군의 근거지인 벵가지 외곽지역까지 장악한 상황이어서 서방의 군사적 개입이 없을 경우 대규모 학살이 우려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카다피군이 동부지역으로 통하는 관문 도시인 아즈다비야를 시민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즈다비야는 시민군의 거점이자 지도부인 과도정부위원회가 있는 벵가지로부터 서쪽으로 160㎞ 떨어져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이후 한때 국토의 80%이상을 장악했던 시민군의 점령지역은 벵가지와 동부 투브룩,수도 트리폴리 인근 미수라타로 좁혀졌다. 알자지라는 "벵가지에 대한 카다피군의 총공세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카다피 측은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카다피는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항복하는 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항복하지 않으면 전원 사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내전이 카다피의 승리로 끝날 경우 시민군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카다피가 국제 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당장 학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군을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아 인권단체인 리비아인권연맹(LLHR)은 "카다피 측이 승리할 경우 리비아에서는 대규모 학살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다피군을 막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기됐던 리비아 내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외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유엔 안보리는 16일(현지시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지만 러시아 중국 등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군사 개입한 바레인 사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이 이날 3개월간의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시위는 더 격렬해져 15일에 3명의 사망자와 200여명의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16일에도 시내 펄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미국은 제프리 펠트만 국무부 차관보를 특사로 파견하는 한편 바레인 여행금지 조치를 취하고 자국민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피치는 바레인의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두 단계 강등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