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계기로 '국내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국내 원전의 안전 문제를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중 36%

국내에선 현재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은 총 1만8716㎿로 국내에서 생산된 전력의 36%가 원전에서 나온다. 프랑스(76%)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20%대다.

정부는 향후 원전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다. 2008년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59%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7기의 원전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원전 안전 논란은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 안전에 대해 점검하고 원자력발전을 기본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최고 · 중진연석회의에서 "동해안의 협소한 공간에 집결된 우리 원전의 안전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원전 확대 정책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 점검 강화

정부는 "국내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 이상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본 원전 폭발을 계기로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원전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날 "쓰나미(지진해일)에 의한 국내 원전의 비상전력 침수 가능성(비상시)과 정상 가동여부를 긴급 점검하고 방사능 누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70개소의 국가 환경 방사능 감시망을 통해 감시 주기를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국내 원전 21기 중 17기가 가압경수로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압경수로는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비등형경수로보다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한국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가압경수로가 비등형경수로보다 방사성 물질 유출 방지에 유리하지만 리히터 규모 7 이상 강진에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명 연장 논란

원전 수명 연장도 논란거리다. 21기의 가동 원전 중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안전성 검사를 통해 2017년까지 가동이 연장된 상태다. 월성 1호기는 내년 11월 설계수명이 끝난다. 이재홍 지경부 원자력산업과장은 "국내 원전 설계수명은 30~40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내구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안전성 검사를 통해 가동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며 "고리 원전의 경우 대부분 부품이 교체돼 새 원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일본 원전 폭발을 계기로 전면적인 원전 가동 중단과 함께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주용석/이해성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