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센다이,가시마,지바 등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동북부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공장들이 멈춰서면서 파라자일렌(PX) 등 유화 기초 원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안정세를 보여온 고철(스크랩)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일본발(發) 수급 불균형으로 원자재 가격의 연쇄적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PX 국제 가격은 15일 종가 기준으로 t당 1795달러로,일본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대비 8.7%(144 달러)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JX NOE,코스모 석유 등 일본 대형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아시아 지역의 PX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유화 업체 중 삼성석유화학,삼남석유화학 등은 PX 수요량의 20% 정도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원료 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면화 작황 부진으로 대체품인 화섬 수요가 늘면서 PX 가격이 초강세를 나타냈는데 일본 지진 사태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에틸렌 국제 가격은 11일 대비 t당 20달러 가까이 오른 1321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일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액화천연가스(LNG)가 대체 발전연료로 떠오르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일본 지진 이후 10% 이상 뛰었다.

반면 석유화학 기초 유분인 나프타 가격은 일본 나프타분해(NCC) 업체들의 주문 물량 감소로 같은 기간 4.5% 떨어진 t당 941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원유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도 15일 전일 대비 0.15달러 떨어진 105.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내림세를 보였던 고철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가격 기준으로 t당 520달러였던 고철값은 최근 3주간 하락해 480달러까지 떨어졌지만,일본 지진 발생 이후 485~490달러대로 상승했다. 일본산 고철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일시적인 수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국내 연간 고철 소비량 3000만t 중 800만~900만t 정도를 수입하고 있으며,이 중 40%가량은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정호/장창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