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글로벌경제 쇼크] "日 대지진 이후 젊은 세대 전면에 등장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한경 인터뷰…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大 교수
대참극서 보여준 질서의식, 40·50대에 자신감 심어줘
사회개혁 바람 거세게 불 것
日기업 '노인독재' 변화 필요…시스템 바꾸는 계기 삼아야
대참극서 보여준 질서의식, 40·50대에 자신감 심어줘
사회개혁 바람 거세게 불 것
日기업 '노인독재' 변화 필요…시스템 바꾸는 계기 삼아야
"이번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향후 일본의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
삼성그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일본이 쌓아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젊은 세대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고 일본의 사회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얘기였다.
삼성 등 한국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스마트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과거의 성공법칙이 관료주의로 바뀌어 또 다른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이노베이션을 위한 오너들의 급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일본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나.
"이번 대지진은 일본 역사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 일본은 전쟁상태나 마찬가지다. 쓰나미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겪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사고의 변화다. 일본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신력을 되찾는다면 그간 못했던 개혁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당장 한 달간은 혼란상황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러시아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상황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전 문제를 해결하면 완전히 다른 일본이 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요.
"위기 이후에는 젊은 사람들이 나설 것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40~50대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나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30년,40년 뒤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겠는가. '나라가 완전히 무너졌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대참극 앞에서 보여준 질서의식이 자신감의 씨앗이 되고 있다. "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는 얘기인가.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를 만들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힘을 합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간 일본은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식을 추종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렸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성공한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기초를 만들었다. "
▼성공한 사회주의가 무슨 뜻인가.
"이번 지진사태에 대응하는 일본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을 지칭한다. 사람은 평등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머리를 쓰고 힘이 센 사람은 힘을 쓴다.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은 배려를 하는 것이 내가 보는 사회주의식 평등인데,이들이 각기 힘을 합치는 것이다. 각자 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합쳐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분업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부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일본 기업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돌아보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를 노인독재라고 말한다. 과거 우수했던 사람들은 시대가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옛날 사고로 지금 생존하려 하는 것은 문제다.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 노인독재는 일본 기업들의 변화를 막게 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번에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일본 지진으로 한국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상황이 아직 유동적이라 속단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본 업체들이 많아 일본 기업의 피해는 곧 한국 기업의 수출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차질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같은 경우 당분간 부품 재고분이 있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달라진다. 일본 기업을 대체할 곳이 없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정상화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스마트 벤치마킹을 잘해왔다. 일본의 기술중시 경영과 미국의 이익중시 경영을 벤치마킹을 통해 균형을 맞춰가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너가 중심이 되어 더 래디컬하게(급격하게) 밀어붙여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다. 이건 전문경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커다란 이익이 나고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국 내에서 초과이익을 분배하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삼성이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본처럼 부품회사를 완전히 수직통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더 싼 비용으로 원하는 부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익을 공유하라는 말은 일본처럼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내에서 조달하라는 얘기다. 실패한 모델로 돌아가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렇게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를 계열화시켰기 때문에 뛰어난 부품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원인이 됐고 결국 세트업체도 높은 조달비용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기업논리로는 불가능하다. "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
◆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한국 경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로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 일본 와세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객원연구원,장은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을 지냈다.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대전환기의 한국 경제'가 있다. 삼성 초청으로 방한, 16일 사장단회의에서 '일본에서 보는 삼성'을 주제로 특강했다. 이건희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일본이 쌓아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젊은 세대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고 일본의 사회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얘기였다.
삼성 등 한국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스마트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과거의 성공법칙이 관료주의로 바뀌어 또 다른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이노베이션을 위한 오너들의 급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일본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나.
"이번 대지진은 일본 역사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 일본은 전쟁상태나 마찬가지다. 쓰나미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겪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사고의 변화다. 일본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신력을 되찾는다면 그간 못했던 개혁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당장 한 달간은 혼란상황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러시아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상황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전 문제를 해결하면 완전히 다른 일본이 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요.
"위기 이후에는 젊은 사람들이 나설 것이다.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40~50대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나서게 될 것이다. 앞으로 30년,40년 뒤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겠는가. '나라가 완전히 무너졌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대참극 앞에서 보여준 질서의식이 자신감의 씨앗이 되고 있다. "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는 얘기인가.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를 만들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힘을 합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간 일본은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식을 추종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렸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성공한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기초를 만들었다. "
▼성공한 사회주의가 무슨 뜻인가.
"이번 지진사태에 대응하는 일본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을 지칭한다. 사람은 평등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머리를 쓰고 힘이 센 사람은 힘을 쓴다.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은 배려를 하는 것이 내가 보는 사회주의식 평등인데,이들이 각기 힘을 합치는 것이다. 각자 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합쳐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분업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부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일본 기업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돌아보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를 노인독재라고 말한다. 과거 우수했던 사람들은 시대가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옛날 사고로 지금 생존하려 하는 것은 문제다.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 노인독재는 일본 기업들의 변화를 막게 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번에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일본 지진으로 한국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상황이 아직 유동적이라 속단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본 업체들이 많아 일본 기업의 피해는 곧 한국 기업의 수출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차질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같은 경우 당분간 부품 재고분이 있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달라진다. 일본 기업을 대체할 곳이 없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정상화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스마트 벤치마킹을 잘해왔다. 일본의 기술중시 경영과 미국의 이익중시 경영을 벤치마킹을 통해 균형을 맞춰가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너가 중심이 되어 더 래디컬하게(급격하게) 밀어붙여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다. 이건 전문경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커다란 이익이 나고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국 내에서 초과이익을 분배하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삼성이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본처럼 부품회사를 완전히 수직통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더 싼 비용으로 원하는 부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익을 공유하라는 말은 일본처럼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내에서 조달하라는 얘기다. 실패한 모델로 돌아가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렇게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를 계열화시켰기 때문에 뛰어난 부품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원인이 됐고 결국 세트업체도 높은 조달비용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기업논리로는 불가능하다. "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
◆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교수는 한국 경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로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 일본 와세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객원연구원,장은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을 지냈다.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대전환기의 한국 경제'가 있다. 삼성 초청으로 방한, 16일 사장단회의에서 '일본에서 보는 삼성'을 주제로 특강했다. 이건희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