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무산 위기] 8년 논란 끌고도 또 적격성 판단 유보…금융당국 '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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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금융자본' 판단에도 "카드 주가조작 검토 남았다"
사법당국에 공 떠넘겨
사법당국에 공 떠넘겨
금융위원회는 16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을 미뤘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8년간 논란이 됐던 '금융 주력자(금융자본)' 여부에 대해서는 금융주력자라는 판단을 내려 종지부를 찍었지만,정작 그 논란을 촉발시켰던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에 대해서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영향을 미칠지 안 미칠지 알 수 없다며 모호한 상태로 남겨뒀다. 사법 판단을 기다릴 것인지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더 높아진 금융시장에서는 당장 "금융당국이 면피만 하면서 또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 '금융자본' 판단 근거는
금융위는 일단 론스타가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이 있는 금융자본이라고 판단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뒤 지속적으로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은행법은 자회사 중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경우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자본 ·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 지분을 9% 넘게 가질 수 없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채 '판단할 수 없다'는 상태를 유지하며 수년을 흘려보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어 자료 확보가 어려웠고 헐값 매각 논란 등으로 판단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날 론스타를 금융 주력자로 판단한 것은 어디까지나 론스타가 제출한 서류들에 기반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은 "외국인 주주자격 서류는 필요할 경우 외국 감독당국의 확인을 거쳐 외국인 주주에게 제출받는 것이 관행"이라며 "외국계 은행이 인수한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론스타 제출 서류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또 판단 미룰까
론스타가 금융 주력자로 인정받았지만 남아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엉크러진 상태다. 당장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한 것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여부에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법리적으로 두 문제가 별개라고 여겨졌지만 최 위원은 "검토해야 한다"며 두 건 사이에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법원 판결을 기다려 자회사 편입을 결정할지 여부도 미정이다. 최 위원은 "금융당국이 사법당국의 판단과 별개로 유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앞으로 법률 검토를 통해 금융위에 다시 보고할 계획"이라며 "법률 검토 기한은 정하지 않았으나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만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외환카드를 인수 · 합병할 때 허위로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만약 론스타가 주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대주주 적격성의 판단 요건 중 '사회적 신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경우 적격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가 서울 고법의 판결 결과를 다시 기다리기로 한다면,외환은행 매각은 적어도 수개월 이상 지연된다. 그간 금융감독 당국이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러워 스스로 내려야 할 판단을 법원에 맡긴 채 시간을 질질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 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외환은행 인수 불투명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금융위가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루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5월말까지 딜이 완료되지 않으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서다.
물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유보한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처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금융위의 발표대로 두 가지 사안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 사안이 연관성을 가질수도 있다"는 금융위의 설명을 감안하면 적격성 심사를 미룬채 자회사 편입승인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가능한한 빠른 시간안에 금융위가 적격성 심사를 마친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방안도 있다. 하나금융이 가장 원하는 방안이다. 금융위도 가급적 빨리 결론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생생한 금융위가 법률적 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리 판단할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상은/이호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