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최악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엔 · 달러 환율이 떨어져 80엔 선에 근접할 때마다 시장개입 물량이 쏟아져 엔화가치 급등세(엔 · 달러 환율 급락세)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일본의 이 같은 노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16일 오전 3조5000억엔,오후 1조5000억엔 등 5조엔을 공개시장조작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했다. 일본 내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국채를 일본은행이 담보로 잡고 현금을 내 줬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15조엔,15일 8조엔을 투입했다.

일본은행은 또 자산매입프로그램 한도를 5조엔에서 10조엔으로 늘렸다. 지난 11일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대지진 및 쓰나미가 닥친 이후 일본은행이 이날까지 푼 돈은 33조엔(원화 462조원)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16일 새벽 엔 · 달러 환율이 80.50엔 선까지 떨어지자 곧바로 시장에 개입,81.15엔으로 끌어올렸다.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매도 개입과 시장의 엔화매수 세력이 맞붙는 혈투로 엔 · 달러 환율은 80엔과 81엔을 넘나드는 공방을 거듭했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풀고 외환시장 개입까지 나선 것은 엔화가치가 급등해 수출이 위축되면 대재앙 극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해 추가 자금공급 및 외환시장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FRB도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2차 양적완화를 지속키로 했다. FRB는 발표문에서 "경기 회복이 보다 탄탄한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사정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경기와 고용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 내린 1130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