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의 여파로 휘청대고 있다.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지면서 주식시장은 동반 하락했고,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요동쳤다.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자들의 이목이 일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뉴스에 따라 출렁이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전 쇼크에 글로벌 증시 ‘출렁’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조정을 받았다.일본 닛케이지수는 8605.15로 10.55% 떨어져 2년여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코스피지수는 1923.92로 2% 넘게 급락했다.

뒤이어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영국 런던거래소의 FTSE100지수가 79.96포인트(1.38%) 떨어진 5695.28로,프랑스 파리거래소의 CAC40지수는 97.19포인트(2.51%) 내린 3780.85로 마감됐다.독일 DAX30지수는 6647.70으로 218.97포인트(3.19%)나 떨어졌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위스 등 다른 유럽 증시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지수 역시 266.32로 전날보다 6.19포인트(2.27%) 밀렸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37.74포인트(1.15%) 하락한 11855.42로 1월말 이후 6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81.87로 14.52포인트(1.12%) 내렸고,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3.64포인트(1.25%) 밀려난 2667.33으로 마감됐다.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6월 종료키로 했던 양적완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키로 했다는 소식에 막판 낙폭을 줄였지만,급락장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선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무너졌다.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를 설계한 제네럴일렉트릭(GE)이 약세를 이어갔고,인텔 등 정보기술(IT)주들도 부진했다.

◆“불확실성 피하자”

일본 방사선 누출과 그에 따른 경기 여파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다.일본에 더해 바레인 등 중동 지역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피터 카딜로 아발론 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일단 팔고 보자는 패닉 심리가 전세계 주식시장을 지배했다”고 설명했다.린드워독의 필 스트레블 스트레티지스트는 “미국 경제가 탄탄한 기반 위에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연준의 코멘트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은 일본이 입은 피해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정보기술(IT)와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미국의 대일본 수출 비중이 10%에 달해 경기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마이클 라이언 UBS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일본의 상황이 진정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가시기 전까지는 변동성 높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시장도 변동성 커져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배럴당 4.01달러(4.0%) 떨어진 97.18달러에 마감됐다.지난달 말 이후 최저치다.일본의 원유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값은 온스당 1392.80달러로 2.3% 밀려났고,구리가격도 2.3% 떨어졌다.밀과 대두 옥수수 설탕 등 곡물값도 모두 5% 이상 내렸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10년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연중 최저치인 연 3.2%까지 낮아지는 등 국채가격은 급등(금리는 하락)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