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성병, 에이즈 초기증상으로 오진해 부당이익 챙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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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병원에서 링겔 1병에 무려 1만위안(17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부과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방송망(中国广播网)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우루무치(乌鲁木齐)에 거주하는 시민 랴오(廖)씨는 하반신에 원인불명의 통증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던 중 신문에서 한 비뇨기과의 광고를 접했다.
광고에는 '화톈(华天)병원'이란 간판이 달린 건물 사진과 함께 '성병, 포진 등 생식기 질환 치료 전문, 국제선진기술을 도입한 선진병원'이란 광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곧장 해당 비뇨기과를 찾아 내부를 둘러보고, 깔끔한 시설과 각종 허가증이 걸려 있어 아무런 의심없이 진료를 받았다. 그를 진료한 의사 싱(邢)씨는 "진단 결과 에이즈의 초기 증상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 제조한 에이즈 전용 링겔주사 2병을 맞으면 나아질 것이다"며 그에게 링겔을 맞을 것을 권고했다.
랴오씨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의사의 처방대로 5천위안(85만원)을 지불하고 링겔을 맞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랴오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러자 싱씨는 "링겔주사를 더 맞아야 호전이 된다"며 지난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링겔주사 2병을 처방했으며, 약값으로 6천위안(1백만원)을 청구했다. 이때도 랴오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링겔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병원을 찾은 랴오씨는 싱씨로부터 "바이러스가 신경계까지 침투했다"며 "치료를 위해 다시 링겔 2병을 맞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때 싱씨는 치료비로 링겔 1병당 1만2천위안(2백만원)으로 합쳐서 2만4천위안(4백만원)을 청구했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랴오씨는 다음날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인민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가벼운 성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주사만 맞으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사를 맞고, 며칠간 약을 복용한 랴오씨는 금새 나았으며, 치료비로는 불과 3백위안(5만원)도 들지 않았다.
이전 병원에서 속은 사실을 안 랴오씨는 곧바로 해당 비뇨기과를 가서 피해보상을 청구했으며, 병원측으로부터 6천위안(1백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랴오씨는 "보상금을 받으러 갔을 때도 싱씨가 '검사 결과 에이즈 말고도 다른 바이러스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계속 받아야 된다'고 말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나같은 피해자가 다신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반면 싱씨는 "병원에서 들여오는 약들은 모두 해외에서 직수입한 것들로 원래 2만위안(340만원)이 넘는 것이지만 특별히 할인 적용해서 판매하는 것이다"며 "비록 랴오씨의 경우 일종의 오진으로 인해 보상금을 지불하긴 했지만 우리가 실시한 치료는 정당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도대체 어떤 링겔이길래 1병당 1만위안이 넘느냐"며 "병원은 명확한 징수 기준을 밝혀야 한다"고 환자를 우롱하는 병원의 처사에 분노했다.
중국 위생국 관계자는 "국영병원의 경우 처방전과 관련해 징수 기준이 명확하지만 민영병원의 경우는 법적으로 일정한 규정 내에서 자체적으로 치료비를 징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민영병원들은 이를 이용해 환자들로부터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환자들은 가급적이면 불편하더라도 국영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