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바레인 시위사태가 유혈충돌로 치닫고 있다.정부가 수니파왕정 퇴진을 촉구하는 시아파 국민의 시위를 강경 진압해 16일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시위진압을 위해 병력을 바레인에 파견한 가운데 이란 등 시아파 국가가 시위진압을 강력 비난하고 나서 바레인 사태가 중동 수니-시아파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바레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시위 중심지인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알자지라TV는 바레인군과 경찰이 이날 오전 탱크와 헬기 등을 전진 배치하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작전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으로 경찰들을 밀어붙이며 저항했지만 2시간 만에 진압됐다.

AFP통신은 이날 충돌로 시위 참가자 3명,경찰 2명 등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바레인 정부는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바레인 정부는 시아파의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며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고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UAE)가 바레인에 병력을 파견했으나 이날 작전에 투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란 등 인근 시아파국가는 바레인 당국의 강경진압에 강하게 반발했다.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이들이 어떻게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이라크 총리도 성명을 통해 “외국군의 개입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종파 간 분쟁을 심화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각각 수천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바레인과 사우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수니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도 수십명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쿠웨이트 시티 주재 바레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바레인과 사우디 국왕에 각각 전화를 걸어 바레인의 폭력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미국은 사우디군의 개입을 비난하거나 사우디군의 병력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채,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사우디와 바레인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