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가 체르노빌 폭발사고와 같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17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일본 정부는 원자로 건물 외벽 폭발과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4호기 부근에 경찰 물대포를 배치했다.

전날 자위대 헬기를 동원해 바닷물을 뿌려 달아오르는 원자로를 식히려 했으나 실패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헬기는 바닷물을 퍼올려 3호기와 4호기 원자로 근처까지 접근하는 데는 성공했으나,방사성 물질 농도가 강해 상공을 배회하다 결국 포기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따라 날이 밝는 대로 경찰 물대포를 활용해 다시 원자로 냉각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희생자 계속 늘어

후쿠시마 제1 원전 4호기는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당시 정기검사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폐연료봉 저장소 냉각수가 줄어들면서 폐연료봉이 노출돼 두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화재가 나면 연기를 타고 방사성 물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진다.연료봉은 냉각수 수면위로 노출되면 수소 가스를 만들어 낸다.

일본 정부가 쓰나미 피해 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공식 사망자 수도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교도통신에 따르면,일본 경찰은 지난 16일 현재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 4277명, 실종 8194명, 부상 2282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그러나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만 사망·실종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미야기현은 이와테현, 후쿠시마현과 더불어 이번 강진과 쓰나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이에 앞서 NHK 방송은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1만7000여 주민 가운데 아직 8000여명의 생사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제불능”…고개드는 비관론

일본 정부가 달아오르고 있는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미 방사는 유출 상황이 통제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유출된 방사성 물질 농도가 워낙 높아 바닷물을 퍼붓는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일부에서는 콘크리트로 원전을 메우는 것이 현재까지 남은 ‘마지막 카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16일 대지진의 충격으로 손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수치가 “극도로 높은 수준”이며 이로 인해 보수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NRC의 그레고리 재스코 위원장은 하원의 예산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지진 당시 운전이 정지돼 있던 4호기에서 폐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에 물이 없는 상태”라며“방사능 수준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최근 NRC가 입수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대피 권고안을 마련했으며, 이 권고안에 따라 일본 주재 미국대사가 80㎞ 이내 미국인에 대해 대피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일본 떠나자”…탈출 러시

방사능 유출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각국 정부의 자국인 탈출 명령도 잇따르고 있다.영국 정부는 도쿄 거주영국인들에게 해당 지역을 떠날 것을 권고했다.영국 외무부는 1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상황과 교통, 통신, 전력 등의 잠재적 장애를 고려할 때 도쿄와 도쿄 이북 지역의 영국인들은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스위스 정부도 이 지역 거주 스위스인들에게 해당 지역 탈출을 권고했다.스위스는 자국민 철수를 위해 민간 전세기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독일 정부는 16일 자국민들에게 일본 북부를 여행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불필요한 일본 방문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여행경보를 발표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