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의 태양광 사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사업목적에 태양광을 추가로 넣는 정관 변경을 통해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증시에서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각광받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재무상태도 부실해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주 말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엔하이테크 삼우이엠씨 터보테크 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 티모테크놀로지 태산엘시디 등의 코스닥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태양광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사업목적은 정관 변경 사항이어서 이사회 뿐 아니라 주주총회를 통한 주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사업목적에 태양광을 추가한다고 해서 관련 사업을 당장 추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러나 회사가 정관까지 변경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나 주주들이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하다.

실제 엔하이테크가 이날 공시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스템 제조ㆍ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뒤 이 회사 주가는 오후 1시 5분 현재 13.39%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타당성 검토나 계획 없이 '묻지마' 식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2008년에도 상장사들이 줄줄이 자원개발 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나, 대부분은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자원개발이 증시에서 '테마'를 형성하다 보니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회사가 많았다.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이 엿보인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터보테크는 태양광과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데다 투자여력도 많지 않다. 이 회사는 2009년 57억원, 2010년 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 년째 적자다. 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 티모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사업연관성이 크지 않고,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태양광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직 아니다. 경제성이 떨어져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살아남기 조차 힘들다. 설령 경제성이 높아진다 해도 실제 태양광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과거 IT(정보기술) 거품처럼 거대한 태양광 거품이 형성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