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저축은행 부실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던 대주주에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대주주 감시를 위해 강한 사외이사제도와 내부고발제도가 도입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 공시와 후순위채 제도도 정비된다.일정 금액 이상의 여신이 차단되고 투자업무도 막힌다.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선 검찰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이 합동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저축은행 감독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대책은 먼저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되던 저축은행 개인 대주주를 ‘정조준’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에서 대주주와 관련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대주주 개인에게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과징금 부과 규모도 현재 불법대출액의 10∼20%수준에서 40%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대주주가 경영에 간섭해오던 관행을 뿌리뽑기위해 대주주에 대한 직접검사제도도 도입된다.경영에 관여하는 대주주는 등기 임원화를 유도키로 했다.저축은행에 대한 내부고발제도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개인 대주주 소유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문제의 근본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개인 주주의 지분 소유 제한이 없어 지배구조상 견제기능이 약하다.이 점을 악용해온 저축은행의 일부 개인 대주주들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쌈짓돈’처럼 쓰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과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계열을 압수수색하고 국회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책임을 물어 저축은행 감독당국과 책임자에 대해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도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 저축은행 대주주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대주주에 대한 견제기능은 더욱 강화했다.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내외부 감시를 위해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감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벌금 한도를 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도입된다.

‘낙하산 감사’ 논란을 일으킨 금융감독원 출신의 저축은행 감사 취업에 대해서는 퇴직 후 2년간 자율적 취업을 제한키로 했다.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 등 소비자보호 방안도 시행된다.

부실한 저축은행이 건전한 것처럼 ‘허위공시’를 해오던 관행을 끊기위해 공시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현 5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10배 강화했다.저축은행의 공시주기를 현재 반기(6개월)에서 분기로 바꾸고 공시지연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인다.

또 일정 규모의 자본력을 갖춘 저축은행만 후순위채를 발행토록 해 후순위채 발행 남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특히 앞으로 후순위채는 저축은행 창구에서 살 수 없게 됐다.후순위채를 발행할 땐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발행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건전화를 유도하기위해 일정규모 이상 대출이나 고위험 투자가 엄격히 제한된다.

동일인 여신한도규제가 강화된다.현행 자본금 20% 내에서 가능하던 여신규모가 자본금 20% 이내와 100억원 이하 중 적은 금액으로 변경된다.사실상 대형저축은행들도 대출을 해줄 때 100억원 이상의 대출이 어렵게 됐다.건당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고위험 부동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또 여신한도가 개별 법인이 아닌 계열단위로도 적용된다.대형 저축은행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한 군데 대출을 몰아주던 관행을 막기위함이다.

또 고금리 회사채 같은 가격변동 위험이 큰 유가증권이나 부동산펀드,선박펀드 등을 통한 우회 투자도 제한키로 했다.따라서 유가증권 투자나 선박펀드에 특화된 저축은행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방식도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해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부실책임에 대한 조사 및 책임추궁도 거세진다.예금보험공사의 조사기능을 강화하고 부실 저축은행 발생시 금감원과 예보,검찰이 동시에 검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현재는 금감원 조사가 마무리될 때쯤 예보가 들어가고 이어 검찰이 처리하는 방식이다.조사결과 대주주가 자행한 불법 여신이 발견되면 이는 금액에 상관없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달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저축은행에 ‘새 먹거리’를 창출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의 감독방안을 여러 방면에서 보완하기로 했다”며 “내달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보고에 앞서 “저축은행의 경영부실은 저축은행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대내외 경제환경의 변화,당국의 효과적이지 못한 대응이 맞물린 결과”라며 사과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