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잘 알려진 미국 출신의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에게 어느 날 궁금증이 생겼다. "어째서 우리는 역사상 여러 전투와 전쟁에 대해서는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면서 정작 역사의 진정한 구성요소인 사람들의 일상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지?"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이 호기심을 풀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영국 노퍽주의 오래된 목사관 곳곳을 살피며 침실,계단,부엌,다락 등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집안의 공간들과 갖가지 물건의 기원과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엌의 설거지실과 식료품실에서는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의 하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목사관에 살았던 토머스 마셤 목사에게 세 명의 하인이 있었다. 독신이었던 목사 한 명을 돌보는 데 하인 세 명은 많은 것 같지만 당시 가정에선 오늘날 생활용품을 구비하듯 하인을 여러 명 뒀다고 설명한다.

벽에 달린 작은 상자인 두꺼비집을 들여다보며 조명,석유,전기의 발전과정을 짚어준다. 식당에서는 향료 무역과 발견의 시대를 여행하고,침실에서는 성행위와 의료에 대한 역사적 관점의 변화도 살펴본다. 화장실에선 위생과 목욕의 역사를,탈의실에선 직물과 의복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