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이전에는 여자들이 스카프를 쓰지 않았고 여러 스포츠도 즐겼죠.여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한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축인 프레슈타였다.

《내 생애 가장 자유로운 90분》은 연이은 내전을 피해 1981년 카불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저자가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후 아프간 청소년 스포츠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조국의 소녀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준 이야기다.

전쟁과 가난,탈레반의 악명 높은 여성 탄압 정책 아래에서 교육을 받기는커녕 외출조차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던 8명의 소녀들은 이슬람의 금기를 깨고 축구공을 접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미국에 초청받아 간 이들이 배운 것은 축구기술뿐만 아니라 평등과 인권,자유와 희망이었다.

그라운드의 승리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됐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축구협회에는 15개의 여자 축구팀이 등록돼 수백명의 소녀들이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미국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을 연상시키지만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재구성한 실화의 감동이 한결 진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