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내년 3월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하는 2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다. 농산물 유통 · 가공 등의 업무를 맡는 경제지주와 은행 보험 증권 등을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 체제로 변신하게 된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구조개편의 취지인 경제사업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농업 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경영하겠다는 뜻이다.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의의는 무엇입니까.

"농민 지원이라는 농협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농협의 주인은 전국에 있는 회원인 농축협입니다. 농축협의 주인은 농업인이지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줄 겁니다. 물론 농산물 유통과 가공 등의 업무를 맡는 경제 사업과 금융 사업의 분리를 통해 전문성도 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일부 농민단체들은 아직도 사업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전체 32개 농민단체 가운데 사업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단체는 두 곳뿐입니다.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명의 농업인 의견이라도 끝까지 들을 생각입니다. "

▼농협 지배구조는 어떻게 바뀝니까.

"농축협의 출자금과 정부 지원금 전액을 중앙회가 갖게 됩니다. 중앙회는 이 자금을 경제지주와 금융지주에 출자해 100% 지분을 보유합니다. 지주회사가 생기는 것일 뿐 지배 구조는 변동이 없습니다. "

▼자본금 확보 상황은 어떻습니까.

"농협의 자본금은 2009년 말 현재 12조원가량 됩니다. 여기에 경제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14조5000억원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로부터 6조원을 지원받고,8조5000억원은 자체 조달할 계획입니다. 1조7000억원가량은 이미 자체 조달을 끝냈습니다. "

▼세제 지원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봅니까.

"신설법인 등록세 등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만 8000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주회사 수익금 이전과 배당 등에도 매년 4000억원의 세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을 통한 세제 지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습니다. "

▼경제사업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요.

"농축협이 공동 출자한 조합공동사업법인을 만들어 산지 유통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화시킬 것입니다. 도매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및 도단위 판매 조직과 유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입니다. TV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 판로도 개척하겠습니다. "

▼경제사업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경제사업의 목적은 수익성 추구가 아닙니다. 물론 자본금을 까먹지 않을 정도의 수익 기반은 마련돼야겠지요. 하지만 농협은 사기업이 아닌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M&A나 상장 등 적극적 행보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M&A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경제사업 강화 등 구조개편 이후의 내실 다지기가 우선입니다. M&A는 지주회사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다음 고려해볼 수 있을 겁니다. 금융 자회사 등의 상장 역시 현재로서는 할 생각이 없습니다. "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외형 확장을 위한 무리한 신사업 추진은 하지 않겠습니다. 농축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식품가공사업을 본격화하는 정도일 겁니다. 이를 위해 가칭 'NH식품'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

▼기후 변화에 대비해 곡물 비축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밀 콩 옥수수 등도 당연히 비축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쌀만 공공비축해서는 곡물 파동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습니다. 물가 조절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쌀이 남아돈다'는 비판도 있는데,경제적 관점만이 아닌 식량안보 차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

▼축산업 허가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구제역과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좁은 국토 사정을 감안한 한국형 축산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설비 등 기반 조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가축 한두 마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농업인에 대한 배려도 반드시 전제돼야 하고요. "

▼대형 금융지주의 등장으로 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금융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금융업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자동차보험 진출도 전혀 계획한 바 없습니다. 오히려 비은행 보험사들은 농협은행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

▼금융지주 탄생이 갖는 의미가 있을 텐데.

"물론입니다. 순수 국내 자본에 의한 대형 금융지주가 등장한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KB · 신한 · 하나 등의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습니다. 수익이 나면 외국으로 많이 빠져나간다는 뜻입니다. "

서욱진/유창재 기자 venture@hankyung.com

◆ 최원병 회장은

지역농협서 출발 조합장 6선, 인사청탁자 공개 개혁 주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65)은 2007년 12월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는 정대근 전 회장이 비리로 낙마해 1998년 이후 직선제로 뽑힌 1~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 구속된 위기 상황이었다. 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제는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개혁을 역설했다. 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 청탁자를 공개하는 등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 노력은 농협 창립 50주년(8월15일)을 맞는 올해 사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1946년 경북 경주 출신으로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경주 위덕대에서 경영학 학 ·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지역농협에서 근무를 시작해 1986년 안강농협 조합장(6선)에 당선됐다. 1991년부터 4선의 경북도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직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