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진도 9.0의 강진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이어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핵 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위기발 쓰나미가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한민국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지만 민생경제는 여전히 활력을 잃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에 따라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이다. 최근 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무위도식하면서 취업 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비구직 청년 무업자',일명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Employment,and Training)이 100만명을 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새로운 일에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는 개척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 대학 졸업생 중 약 12%의 학생이 창업을 하는 반면,국내 대학 졸업생의 창업률은 약 4%에 그치고 있다. 새로운 것에 진취적으로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 현저히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문제는 기업가 정신에 저해되는 요소들이 아직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가와 부(富)를 존경하는 대상보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반기업정서가 여전하다. 기업규제나 노사갈등처럼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들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정치권,재계와 국민들 간의 소통부족에 따른 갈등도 여전하다.

기업가의 책무를 '창조적 파괴'라고 이야기했던 슘페터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10년째 정체돼 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만달러 시대,아니 '미래비전 2040'에서 제시한 2040년 6만달러,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도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고 정 명예회장은 대한민국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장 이상적으로 발현한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귀감으로 삼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가 정신을 크게 혁신성,진취성,위험감수성으로 표현하는데,고 정 회장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기업인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위험감수성과 진취성이다. 고 정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조선사업 유치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일화이다. 당시 조선사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5만분의 1 지도와 미포만 백사장 사진만을 가지고 협상을 하는 모험심,조선 기술에 대한 질문에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며 이순신 장군과 뒷면에 있는 거북선을 보여주며 "이것이 세계 최초의 철갑함선인 거북선이다. 우리는 이미 500년도 훨씬 전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답하는 자신감과 진취성은 가히 압권이라 하겠다.

둘째는 혁신성이다. 혁신성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려는 이노베이션 마인드를 의미한다. 1950년 1월 '현대토건사'와 '현대자동차공업사'를 합병해 25명의 소규모 영세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주식회사'를 설립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고 정 회장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이 사회 전반에 확산돼 미국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을 창시한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세계를 주름잡는 혁신적인 벤처기업인이 탄생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진수 < 중앙대 경영학 교수 /한국창업경영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