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화는 '파이 크기' 키우는 수단…양극화 심화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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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 대니 로드릭 지음 | 제현주 옮김 | 북돋움 | 360쪽 | 1만5000원
●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저자 대니 로드릭 하버드大 교수 인터뷰
세계화하되 각국 자율성 인정
"너무 멀리 나간 금융 세계화 국가별 통제 가능성 남겨둬야"
●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저자 대니 로드릭 하버드大 교수 인터뷰
세계화하되 각국 자율성 인정
"너무 멀리 나간 금융 세계화 국가별 통제 가능성 남겨둬야"
세계화는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을 구원해 줄 것인가. 아니면 세계화의 규칙이 가난한 나라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뿐인가.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만들고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공통의 규칙을 따라야 할까,아니면 독자적인 규칙을 고수해야 할까.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이런 이분법에 반대한다. 세계화 반대론과 지지론 모두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고 있다는 것.그는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에서 "재화 · 자본 · 서비스시장은 '글로벌'한데 시장을 뒷받침하는 제도는 대부분 '국가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며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제도 체계를 만들면 각국이 자국 고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경제적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어떤 나라에나 통하는 하나의 처방전은 없다"며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들은 적합한 국가 정책을 선택하는 동시에 세계화의 힘을 십분 활용했음을 주목한다. 로드릭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세계화에 대해 물었다.
"저는 세계화가 국가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화는 (각국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의 크기를 오히려 크게 해줍니다. 하지만 시장만 개방하면 세계화를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만들어진 국내 정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으니까요. "
그는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은 각국의 상황에 대한 엄밀한 이해와 진단을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의 흐름이 정책 자율성의 여지를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세계화 구도 아래에서도 각국이 맞춤형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국가주도형 개발로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사회갈등도 겪어야 했던 한국의 경험에 대해서는 "다행인 것은 한국이 결국 활발한 민주주의를 이뤄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사례만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보다 경제 개발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에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참여민주주의 체제는 양질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메타제도로서 기능한다는 걸 많은 나라의 사례들이 보여준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시장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세계화,특히 금융의 세계화를 지나치게 멀리까지 밀고 나갔다"며 "금융을 어느 정도 국가 차원에서 다시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자본이 국가 규제의 통일성을 해친다면 각국이 그런 자본의 흐름을 자유롭게 규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 무역 규제의 예외조치가 좀 더 폭넓게 적용돼 개도국이 자국의 경제 현실에 맞는 산업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해 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최근 미국에서 《세계화 패러독스(Globalization Paradox)》를 출간했다. 책의 부제인 '민주주의와 세계 경제의 미래'에 담긴 뜻을 물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세계는 세계시장과 국민국가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세계시장을 개별국가보다 우선시하는 '하이퍼-글로벌라이제이션(과다 세계화)' 모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모델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개별국가 차원의 민주주의를 침해하기 때문이죠.따라서 브레턴우즈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됩니다. 우리가 세계경제의 완전한 통합과 국가 주권,정치적 민주주의를 모두 누릴 수는 없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설계자들은 민주국가에 독립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가 간 자본이동이 특정 형태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약한' 세계화를 고안했죠.제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정신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