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약세가 우려됐던 코스피지수가 17일 1.06포인트(0.05%) 오른 1959.03에 마감했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선 누출에 대한 우려로 장중 한때 1919.13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증시가 일본발 뉴스에 따라 요동치는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는 가파른 실적 개선을 앞세운 대형주의 독무대였다. 이 때문에 보유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 자산주는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정성이 높은 자산주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주 장기 수익률 양호

자산주란 말 그대로 '자산을 많이 보유한 종목'을 뜻한다. 더 엄밀히 정의하면 기업의 시가총액에 비해 △순현금성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토지 건물 등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거나 △우량 자회사의 지분이 많아 순이익 대비 지분법 평가이익이 많은 기업이 자산주로 분류된다. 보통 시총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주 중에 저평가된 자산주가 많다.

자산주는 증시 주변 상황이 불안할 때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기업 실적은 유가 급등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지만 보유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산주의 수익률은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NH증권이 2006년부터 매년 초에 제시한 자산주의 누적 성과를 계산한 결과,지난 16일까지 16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0.4%)의 4배가 넘는 성과다.

물론 자산주 수익률이 늘 코스피지수를 앞서는 것은 아니다. 대형주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2009년엔 자산주 수익률이 43.0%로 코스피지수 상승률(48.6%)보다 낮았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대형주는 과거 12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 면에서 중소형주에 비해 40%가량 프리미엄을 받았는데 지금은 100%를 넘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며 "올해처럼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보유 자산이 많은 중소형주의 흐름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남양유업 등 '현금부자'

전문가들은 올해 주목할 만한 자산주로 현대미포조선을 꼽았다. 이 회사는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 규모가 1조1546억원(2010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3조4700억원 · 16일 종가 기준)의 33%에 달한다.

남양유업도 시가총액의 83%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PBR은 0.66배에 불과해 대표적인 자산주로 꼽힌다. 파라다이스 KCC 등도 순현금을 많이 보유한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김미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요즘 같은 금리인상기에는 기업의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현금 자산이 많은 기업의 투자가치가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대비 보유 부동산이 많은 자산주로는 한진 동국제강 동원산업 무림P&P 등이 거론된다.

한진은 보유 토지와 건물의 가치(감가상각비 제외)가 총 7057억원으로 시가총액(3310억원)을 훨씬 웃돈다. 이 때문에 PBR은 0.47배에 머물러 있다. 무림P&P 역시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시가총액의 58%에 달해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 밖에 영풍 세방 한일이화 케이씨텍 등은 우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매년 안정적인 지분법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주로 꼽힌다. 박선오 NH증권 연구위원은 "자산을 많이 보유한 종목도 단기적인 주가의 부침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업황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