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세입자 내세운 상가 '수익률 조작'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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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등 신도시 근린상가서 성행…시행사, 임대료 내주고 高분양가
1년 후 상가 비면 투자자 손해…주변 임대시세 미리 파악해야
1년 후 상가 비면 투자자 손해…주변 임대시세 미리 파악해야
경기도 A신도시에 근린상가를 분양 중인 시행사 P사는 선(先)임대 방식을 도입했다. 전용 198㎡(60평)인 1층 상가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670만원이다. 주변(보증금 8000만원,월 470만원)보다 비싸다. 이 상가 임차인은 P사가 세운 외식업체 체인점이다. 임대 걱정 없이 연 7%대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색깔 있는' 계약을 맺은 셈이다. 이 상가에 투자한다면 1년 후 계약종료 시점에 △체인점 철수 △임대료 인하 △후속 임차인 찾기 등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상가정보업체 관계자는 "시행사는 임대료 2400만원 정도를 부담하지만 적정가보다 분양가를 1억원 이상 높게 받는다"며 "조작된 수익률을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볼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선임대 상가 투자 주의보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상가 시행사들이 선임대 방식으로 상가를 분양하면서 임대 수익률을 조작하고 있어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은행 금리 이상으로 임대수익을 얻는 것처럼 꾸며 놨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낮거나 임대도 쉽지 않아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선임대 상가에 세든 임차인은 시행사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시행사의 자회사거나 이해 관계자란 얘기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초보자들도 있다. 1년 정도 해보다 안되면 그만두겠다는 이들이다. 이들은 임대료를 아예 한 푼도 내지 않거나 계약서보다 적게 부담한다. 모자라는 임대료는 시행사가 대납해 준다. 임대기간은 1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피전문점 등 유명브랜드가 입점했다고 안심해선 안된다고 상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장사가 안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고,이면계약으로 싼 임대료를 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송인규 부동산국제마스터연구소 소장은 "요즘 분양되는 상가의 상당수는 분양가가 높아 은행 금리 이상의 임대수익률이 나오기 어렵거나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일부 시행사들이 분양가를 낮출 생각은 하지 않고 임대수익률을 조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선임대 분양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판교신도시,동탄신도시,파주 운정지구,남양주 진접지구 등 입주 마무리단계인 수도권 신도시 · 택지지구 △상권 활성화가 어려운 주상복합건물 내 상가 △의류상가 식당 등이 몰려 있는 대형쇼핑몰 등에선 선임대 방식의 분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변 임대시세 파악 필수
과장된 수익률을 믿고 투자했다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행사가 들인 임차인이 떠나고 낮은 임대료라도 임차인을 구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두고 있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대출을 끼고 상가를 매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선임대 방식에 당하면 월세를 받기는커녕 오랜 기간 금융기관에 꼬박꼬박 이자만 납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가 전문가들은 선임대 상가에 투자하려면 주변 임대시세를 반드시 파악하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중개업소 등을 탐문해 임대료가 턱없이 높게 책정된 건 아닌지 직접 확인하라는 조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중개업소들은 시행사와 달리 비교적 정확하게 임대료 현황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직원 말만 믿지 말고 주변의 여러 부동산을 비교하면서 임대료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권 활성화 가능성도 반드시 점검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윤병한 상가114 대표는 "주상복합 상가의 경우 배후인구나 유동인구 부족으로 활성화가 어려운 만큼 시장조사를 더욱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