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추가적인 법리검토를 이유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작년 5월 대신증권 사건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제청한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이 16일 "옛 증권거래법의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심판이 청구돼 현재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사건이 바로 대신증권 사례다.

헌재의 판결은 금융당국의 법리검토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고,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신증권 사례 왜 중요한가

대신증권 사례는 옛 증권거래법에 규정된 '양벌규정'에 대한 첫 헌재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옛 증권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대한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헌재가 옛 증권거래법의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판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신증권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작년 5월 이뤄졌다. 대신증권 직원과 고객 간 일임매매에서 손실을 본 고객이 2009년 8월 해당 직원을 형사고소했다. 검사는 옛 증권거래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대신증권에 대해서도 공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 직원은 벌금 200만원,대신증권은 무죄를 받았다. 검사는 즉각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항소심 도중 '양벌규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판결까지는 통상 1년이 걸려 이르면 5월엔 헌재의 심판이 나올 수도 있다.

◆금융당국 "판단기준 될 수 있다"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미룬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때문이다. 대법원은 최근 2003년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인수 · 합병할 당시 허위감자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금융위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법률검토를 마치겠다고 했다. 법원이 다시 심리를 벌여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해 확정판결 전에라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판단한 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도 승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신증권 사례가 법리검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거쳐 유무죄에 대한 확신이 서면 신속하게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절묘한 선택 찾나

금융위가 유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할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면 론스타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 규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금융당국은 론스타 지분 51.02% 중 10% 초과분에 대한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문제는 처분방식이나 매각가격 시점에 대해 법률로 정해진 게 없다는 점이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경우엔 강제처분의 실효성이 없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확정판결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나 종업원이 법률을 위반하면 해당 법인에도 죄를 묻는 것을 말한다. 양벌규정과 관련한 위헌제청은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모두 30여건에 달한다. 30여건 모두 위헌 판결이 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결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시훈/강현우/이호기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