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세난 대책으로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만들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지역구분없이 인상률을 연 5%로 일률 규제하자는 민주당의 주장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임대료 규제법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은 2년간의 임차기간 중에는 임대료 상승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간이 끝난 재계약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한나라당의 방안대로라면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 · 월세 가격이 재계약과 관계없이 정부 고시가격 이하로 통제되게 된다. 시장 수급에 따라 정해져야 할 가격을 정부가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가격 통제가 나중에 심각한 파장과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란 점이다. 당장 집주인과 임차인 간 이면계약은 물론 아예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을 교체하려고 나설 가능성도 크다. 임차인을 위한다는 규제법이 오히려 임차인을 소위 전세 난민으로 만들 것이다.

정치권은 1989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상기할 필요도 있다. 무주택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지만, 집주인들이 2년치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렸고 결국 서민들은 대거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났다. 최근의 전세난 역시 필요한 만큼의 물량이 적기에 공급되지 못했던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LH의 장기임대주택 재고율이 통상수준인 10%에 크게 못미치는 4.8%밖에 안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먼 가격통제로 전세난을 풀겠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도시를 파괴하는 방법은 전투기를 동원해 공중 폭격하거나 임대료를 규제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