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전국 9개 도시에 신사업 성장 거점 역할을 하는 '인큐베이팅'라인을 구축한다. 친환경,바이오,차세대 첨단 소재 등 크게 세 분야에 걸쳐 모두 19개의 미래 사업 아이템을 동시다발적으로 육성하게 된다.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기술 개발과 관련 사업을 본 궤도에 진입시킨 뒤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연결짓는다는 전략이다.

◆충청권 3각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17일 SK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 텔레콤 · E&S · 케미칼 · SKC 등 주요 계열사들은 전국 9개 도시에 19개 신사업 성장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자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올해 이후 2014년까지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4조원에 이른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대덕(대전)~증평(충북)~서산(충남)'을 잇는 전기차용 배터리 3각 벨트 형성에 나선다. 대덕 SK글로벌테크놀로지에선 배터리 기초 기술 개발을,증평에선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LiBS),서산에선 배터리 완제품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사업은 석유화학 사업의 성장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미래 현금 창출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3대 신성장 축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를 맡는다. 이 회사는 지난 16일 울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맺고 201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공장을 짓기로 했다. 청정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소재와 경량화 복합소재 생산체제를 마련할 방침이다.

◆영남권은 바이오 · 친환경 거점으로

신약 사업 거점은 경북 안동으로 정해졌다. 오는 4월1일 SK㈜에서 분사되는 SK바이오팜은 작년 말 대덕에 연간 100t 규모의 원료 의약품 공장을 완공했다. SK케미칼은 2013년까지 1200억원을 투입,경북 안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인플루엔자 백신 원료 공장을 짓는다.

SK E&S가 코오롱건설과 합작으로 2450억원을 들여 경북 김천에 조성하는 집단 에너지 시설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SK는 작년 말 SK이노베이션 · E&S · 해운 · 건설 등 계열사별로 나눠 추진해 오던 LNG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세계 일류 기술만 살아남는다"

SK가 국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신성장 거점 확보에 나선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이 기반이 되는 신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사업은 손쉬운 모방으로 경쟁기업에 쉽게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SK는 신기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작년 말 그룹 조직개편을 실시, 지주회사 SK㈜에 신사업 추진단인 G&G(globalization&growth)와 TIC(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센터)를 편입시켰다.

SK 관계자는 "작년 그룹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102조원)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국내 인큐베이팅 거점이 10년 후 SK의 미래를 책임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