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도입 등 지난 3년 동안의 직무수행 내용은 경이적이라고 할 정도로 훌륭했다. "

"종합편성TV 선정 특혜 의혹과 함께 방송통신산업을 엄청나게 후퇴시킨 장본인이다. "

서로 다른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17일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최 후보자에 대한 정반대의 평가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그동안 잘해왔으니 남은 숙제들을 잘 마무리하라"고 격려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지난 3년간 과오가 많았고,개인비리 의혹에다 종편 선정과정에서 특정사에 혜택을 줬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이 언론자유가 유신시대로 회귀했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데 억울한 점을 말씀해보시라"며 해명할 시간을 줬고,같은 당 김성동 의원은 "30년 언론인 생활,13년 여론조사기관 회장을 지낸 분으로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졌는데 정치적 논리로 평가받는 소회는 어떤가"라고 옹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5공 시대로의 회귀" "방송장악 종결자" 등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청문회 내내 최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는 여야 간 합의 실패로 증인,참고인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가 지난 며칠 동안 절충점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자당의 입장을 고수,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이다.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3년 내내 자진 사퇴를 촉구한 최 위원장을 또 임명한 이유를 듣기 위해 대통령실장과 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이 요구한 전 · 현직 대통령실장 등은 타당치 않은 증인신청 요구로 그들을 뺀 나머지 증인이라도 채택하려 했지만 야당이 반대해서 안 됐다"고 반박했다. 두 당 모두 끝까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청문회장에서 여야가 지루한 정치공방을 벌이는 동안 청문회장 밖에서 대기하던 한 공무원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차피 오늘 하루만 고생하면 되지 뭐"라며 웃었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