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항을 출발해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남미로 향하던 유럽계 글로벌 선사 소속 대형 컨테이너선박이 17일 부산항으로 회항했다. 선원들이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입항 직전에 급선회했다.
17일 오후 1시 부산신항 외항에선 일본으로 실어나를 컨테이너 박스를 가득 실은 장금상선 선박 2척이 이틀째 출항을 미룬 채 대기했다. 이 회사에 선박을 빌려주고 있는 독일계 대형 선사가 방사능 오염위험이 있는 일본 게이힌지역(도쿄,요코하마 일대)의 항만 입항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최악의 방사선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 중국 · 일본 · 미주노선의 해운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들은 미주지역에서 출발하는 선박의 일본 기항을 금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난 12일 미국 동부지역을 출발해 요코하마항에 들를 예정이었던 선박을 곧바로 부산항으로 입항하도록 했다"며 "26일과 다음달 5일에 미국 동부지역에서 선박이 1척씩 오는데 이들 선박의 일본항만 기항은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도 "현재 유럽 등 외국선박들은 일본항만에 들어가지 않고 있어 미주지역에서 오는 선박이 일본에 들르지 않고 바로 오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중소 컨테이너선사들도 사태를 지켜보며 부산 신항에서 대기 중이다. 부산신항에서 배를 대기해놓고 있는 장금해운 관계자는 "독일계 선사에서 배를 빌려쓰고 있는데 이들 선사가 일본항만 입항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최근에 보내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한국선주협회도 최근 일본이나 태평양을 항해하는 선박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 지역을 우회하라는 공문을 띄웠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해무담당 이사는 "국제해사기구(IMO)도 일본 원전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취항 금지안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원들이 일본에 가길 꺼린다"고 전했다. 국내 한 · 일 컨테이너노선이 막힐 경우 연간 8조엔에 달하는 물동량이 타격을 받게 된다.

미주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은 우회해 태평양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오는 선박은 일본 도쿄항이나 요코하마항을 경유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8000TEU급 선박이 하루 늦어지면 14만달러어치의 기름값이 더 든다"고 말했다.

김동민/김태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