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제2의 체르노빌'에 이를 가능성이 있을까.

체르노빌 사고는 가동 중이던 원자로가 운영자의 과실로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급상승, 원자로 내부에서 증기와 수소 등이 대폭발을 일으켜 노심의 핵물질이 사방으로 흩뿌려진 것이다. 반면 후쿠시마 1원전 원자로 1~3호기는 지진 · 쓰나미 이후 가동은 중단됐으나 냉각수 공급 기능이 마비, 원자로 내의 열을 식히지 못한 것이다. 즉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로 폭발인 데 비해 후쿠시마 원자로 1~3호기는 노심이 노출돼 방사성 물질이 깨진 격납고와 외벽 사이로 퍼지거나, 부분적 노심용융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방사성 물질이 기류를 타고 1000㎞ 이상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단 거리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크게 달라지며 수년~수십 년에 걸쳐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피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확한 피해 범위는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노심용융은 초고온의 핵연료 용융물이 원자로 바닥을 뚫고 땅으로 흘러들어 토양과 지하수 등을 오염시키고 방사성 물질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원자로 구조도 차이가 크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비등수형 경수로(BWR)는 두께 1m 이상의 강철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강력한 격납용기로 보호되는 반면 체르노빌 사고를 일으킨 흑연감속로는 격납용기가 따로 없어 폭발에 매우 취약했다. 후쿠시마 1원전 1~3호기는 증기배출 과정에서 계속 수소 · 증기폭발이 일어났으나 격납용기가 노심을 보호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대량 분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후쿠시마 1원전 사고의 성격은 체르노빌보다는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스리마일섬 사고와 달리 문제를 일으킨 원자로가 3개 이상이고 격납용기가 일부 파손된 데다 사용 후 연료봉 손상 문제까지 더해져 사고의 심각성 면에서는 스리마일섬을 한참 뛰어넘은 상태다.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2원전의 4개 원자로와 달리 1원전 피해가 유독 컸던 것은 전력시스템 복구가 최우선이라는 대응원칙에서 다소 벗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도 전력계통 마비로 인해 원전 시스템 상황을 일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인순 원자력연구원 고문도 "스리마일섬 원전에서도 노심용융이 발생했지만 미국 정부가 즉각 발전소 근무자를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을 소개한 뒤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피폭 피해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일본도 사고 발생 이후 정확한 상황판단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다면 폭발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서기열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