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쿄 엑소더스] 오사카로 해외로 일본인 '피난 행렬'…도쿄 거리엔 어둠ㆍ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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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發 신칸센 모두 매진…오사카 호텔 빈 방 없어
18일 오후 일본 도쿄역 신칸센(고속철) 매표소.도쿄를 출발하는 당일 기차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지그재그로 100m 정도 줄을 서 북새통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여행가방을 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 공포를 피해 오사카 등 비교적 안전한 서남부 지역으로 피신하려는 사람들이다. 거의 10~15분마다 출발하는 도쿄발(發) 신칸센은 이날 오후 모두 만석으로 출발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으면서 방사선 피폭을 우려해 오사카 등지로 피난을 떠나는 도쿄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21일이 춘분 휴일로 3일 연휴를 맞은 도쿄 시민들은 18일 오후 항공편과 신칸센 고속버스 등으로 집중적으로 도쿄를 빠져나갔다. 외국인에 이어 일본인들도 '도쿄 탈출'에 대거 나선 것이다.
◆번화가 긴자 '적막한 거리' 돼
도쿄역에서 만난 회사원 다니구치 유지로 씨(46)는 부인과 초등학생인 두 딸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다니구치 씨는 "처음에는 정부 발표를 믿고 도쿄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잦은 여진과 방사능 공포로 아이들이 너무 불안해 해 일단 주말이라도 오사카에서 머물기 위해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후쿠시마 원전 상황을 본 뒤 나는 내주 초 도쿄로 돌아오더라도 가족들은 오사카에 있는 친구 집에 당분간 남겨둘 생각"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속속 떠난 도쿄는 적막한 도시로 변했다. 사람들로 넘치던 최대 상업지역인 긴자(銀座)에는 금요일인 이날 저녁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앞 가판대에서 복권을 파는 미리오카 유키코 씨(63 · 여)는 "거리의 행인들이 지난주에 비해 80%나 줄어들었다"며 "장사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신주쿠 시부야 롯폰기 등 유흥가도 손님이 끊긴 데다 절전 캠페인으로 거의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어둠의 거리로 변했다.
◆오사카는 피난민으로 붐벼
반면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30분 만에 도착한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도쿄 등지에서 대피해 온 외지인들로 붐볐다. 오사카역 앞에 있는 호텔 그랑비아오사카에는 지난 17일부터 투숙객이 몰려 빈방이 하나도 없었다. 호텔 지배인 사토 겐이치 씨(55)는 "도쿄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모든 객실이 차 22일까지는 빈방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은 인근의 한큐호텔 등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사카에서 숙박처를 찾지 못한 피난민들은 고베 교토 등 인근 도시를 전전하고 있다. 아예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도쿄에서 피신 온 주부 시바타 에리코 씨(42)는 "어차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해결될 때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오사카에서 숙박이 여의치 않아 아예 서울로 가서 지내다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사이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출발했다.
도쿄 · 오사카=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으면서 방사선 피폭을 우려해 오사카 등지로 피난을 떠나는 도쿄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21일이 춘분 휴일로 3일 연휴를 맞은 도쿄 시민들은 18일 오후 항공편과 신칸센 고속버스 등으로 집중적으로 도쿄를 빠져나갔다. 외국인에 이어 일본인들도 '도쿄 탈출'에 대거 나선 것이다.
◆번화가 긴자 '적막한 거리' 돼
도쿄역에서 만난 회사원 다니구치 유지로 씨(46)는 부인과 초등학생인 두 딸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다니구치 씨는 "처음에는 정부 발표를 믿고 도쿄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잦은 여진과 방사능 공포로 아이들이 너무 불안해 해 일단 주말이라도 오사카에서 머물기 위해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후쿠시마 원전 상황을 본 뒤 나는 내주 초 도쿄로 돌아오더라도 가족들은 오사카에 있는 친구 집에 당분간 남겨둘 생각"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속속 떠난 도쿄는 적막한 도시로 변했다. 사람들로 넘치던 최대 상업지역인 긴자(銀座)에는 금요일인 이날 저녁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앞 가판대에서 복권을 파는 미리오카 유키코 씨(63 · 여)는 "거리의 행인들이 지난주에 비해 80%나 줄어들었다"며 "장사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신주쿠 시부야 롯폰기 등 유흥가도 손님이 끊긴 데다 절전 캠페인으로 거의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어둠의 거리로 변했다.
◆오사카는 피난민으로 붐벼
반면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30분 만에 도착한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는 도쿄 등지에서 대피해 온 외지인들로 붐볐다. 오사카역 앞에 있는 호텔 그랑비아오사카에는 지난 17일부터 투숙객이 몰려 빈방이 하나도 없었다. 호텔 지배인 사토 겐이치 씨(55)는 "도쿄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모든 객실이 차 22일까지는 빈방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은 인근의 한큐호텔 등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사카에서 숙박처를 찾지 못한 피난민들은 고베 교토 등 인근 도시를 전전하고 있다. 아예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도쿄에서 피신 온 주부 시바타 에리코 씨(42)는 "어차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해결될 때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오사카에서 숙박이 여의치 않아 아예 서울로 가서 지내다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사이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출발했다.
도쿄 · 오사카=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