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도 다를 게 없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업체들은 인쇄회로기판(PBC)에 칩을 연결하는 BT수지를 일본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일본 공장가동 중단으로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소기업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애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까지 하루 평균 3억300만달러였으나 15일에는 1억94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지금 서플라이체인 문제는 전력난과 항만 철도 도로 등 주요 물류망 마비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 많다. 지진피해가 없는 지역으로부터의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서플라이체인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지진은 일본에 편중된 부품 소재 조달 루트가 때에 따라서는 매우 취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수직 분업체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위험하다는 것도 느끼게 해줬다. 결국 부품 소재 등을 좀 더 다양한 지역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소싱 다변화가 우리에겐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수입할 수 없는 부품 소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품 국산화와 이를 위한 연구개발도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