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첫 휴먼드라마.사극 잇따라 도전..이준익, 상업영화 은퇴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만들며 국내 상업영화계를 대표했던 강우석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연이어 작품을 양산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반면 최근 몇몇 작품에서 흥행에 쓴맛을 본 이준익 감독은 급기야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두 감독의 행보를 짚어봤다.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은 강우석 = '애마부인' 시리즈로 알려진 정인엽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강우석 감독은 1980년대부터 히트작을 만들어온 베테랑 감독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같은 청춘물과 '미스터 맘마'(1992), '마누라 죽이기'(1994) 같은 코미디로 충무로에 이름을 새긴 그는 '투캅스' 시리즈와 '공공의 적' 시리즈로 국내를 대표하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우뚝 섰다.

1천108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순위 6위에 오른 '실미도'의 빅히트에다 그가 세운 시네마서비스의 충무로 장악에 힘입어 한국영화 황금기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는 '충무로 파워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06년 영화 '한반도' 이후에는 주로 제작에 집중했다.

하지만,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시네마서비스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강철중:공공의 적 1-1'(2008)으로 2년만에 일선에 복귀했다.

영화는 430만명을 돌파하며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코미디와 액션을 번갈아 만들어 온 강 감독은 '강철중'을 연출하면서도 비슷한 영화들을 반복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장을 잇달아 내기 시작했다.

그 첫 결과물이 윤태호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2010)다.

강 감독이 "정말 힘들게 찍었다.

하지만 연출에 대한 갈증을 더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고 토로한 '이끼'는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인 성공(338만명)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를 찍자마자 첫 휴먼드라마인 '글러브'(2011)를 촬영했고, 현재는 첫 사극 '나는 조선의 왕이다'(가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비평과 흥행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연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끼'를 찍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출자로서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반짝반짝 웃음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웃긴 그런 영화, 그리고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영화요.

이제는 새로운 것에 자꾸 도전해보고 싶네요.

"



◇상업영화 은퇴 선언한 이준익 = 강우석 감독과는 달리 광고 일을 하다가 영화 쪽에 투신한 이준익 감독은 1993년 B급 정서가 가득한 독립영화 '키드캅'으로 영화에 입문했다.

이후 주로 영화 제작사에서 제작일에 몰두하던 그는 2000년대 들어 상업영화 '황산벌'(2003)을 찍으면서 연출가로서 주목을 끌었다.

사투리를 주재료로 쓴 이 영화가 배우들의 호연과 밀도감 있는 연출에 힘입어 비평과 흥행에 동시에 성공하면서다.

'황산벌'로 성공의 밑거름을 놓은 그는 두번째 사극 '왕의 남자'(2005)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계급사회에 대한 힐난이 담겨 있으면서도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으로는 이례적으로 동성애 소재를 끌어온 이 영화는 1천230만명을 끌어모으는 큰 성공을 거둔 것.
평단으로부터도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해 대종상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정치권에서는 '왕의 남자'에 대한 패러디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사회 정치적 이슈를 낳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어 '라디오 스타'(2006.164만명), '즐거운 인생'(2007.121만명)을 통해 중장년의 남루한 일상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작품들을 만드는 데 매진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색채를 영화에 입혀갔으나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수애 주연의 '님은 먼곳에'가 예상외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첫 위기를 맞았다.

현지 로케이션으로 대부분 촬영해 70억원의 제작비가 든 '님은 먼 곳에'(2008)가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170만명을 모으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인 사극으로 회귀했으나 이번에도 손해를 끼쳤다.

약 70억원을 들여 만든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이 140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쳐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평단에서도 외면받았다.

절치부심한 이준익 감독은 흥행에 실패하면 상업영화 은퇴를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올해 '평양성'을 들고 나왔다.

그를 흥행감독의 반열에 올린 '황산벌'에 이어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하지만 호언과는 달리 영화는 170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에 이 감독은 지난달 26일 트위터를 통해 "평양성, 250만에 못 미치는 결과인 170만. 저의 상업영화 은퇴를 축하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더 이상 상업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평양성'의 뒤를 잇는 삼국통일 시리즈 3번째 영화에서는 나당전쟁을 다룰 거라면서 제목은 1, 2편처럼 결정적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서 딴 '매소성'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영화가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상업영화로 제작될 가능성은 이제 매우 낮아진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