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대폰 등 통신요금을 인하하라고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요금을 지속적으로 인하했기 때문에 추가로 내릴 여지가 없다고 맞선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정부와 통신요금을 충분히 내렸다는 업계 중 어느 쪽 주장이 옳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통신장비 구입비와 통신서비스 이용료를 합친 지난해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월 평균 13만8432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6.1%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4.6%로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정부 설명에 수긍이 간다.

통신요금을 꾸준히 인하했다는 업계 설명도 틀린 것은 아니다. 통계청 물가동향을 보면 지난해 이동전화통화료는 전년 대비 1.4%,이동전화데이터통화료는 1.5% 각각 하락했다. 이동전화 단말기 가격은 전년 대비 2.9%,5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49.7%나 내렸다.

다만 통신요금을 내렸다는 업계의 반론은 스마트폰 등 새로운 서비스는 제외한 기존 서비스에 국한한 얘기다. 업체 간 할인 경쟁과 초당요금제 도입 등으로 기존 단말기 가격과 단위 서비스 요금은 하락했지만 10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가입자들은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고 약정요금제에 가입하면서 통신비 지출이 대폭 늘었다.

물가 통계에는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부담이 늘어난 것은 반영되지 않는다. 물가 통계는 2005년 가격을 기준으로 특정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나 변했는지만을 나타낼 뿐이다. 스마트폰 등 6년 전 세상에 없던 재화와 서비스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외에 데이터통화와 무선인터넷 등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사용량이 늘어난 것도 통신비 지출이 증가한 원인이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 1월부터 스마트폰 기기 가격을 조사하고 있고 올해 말 소비자물가 조사 항목을 개편할 때 스마트폰 이용료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소비 형태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을 물가 통계가 온전히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