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편집숍'이 각광받고 있다. 한 매장에서 단순히 한 브랜드만 팔기보다는 매장 컨셉트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를 갖춰 놓고 쇼핑의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다. '제품'이 아닌 '매장'이 뜨는 시대를 맞았다. 그동안 '10 꼬르소 꼬모''분더숍' 등 '나만의 명품'을 추구하는 패션리더를 겨냥한 명품 편집숍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엔 합리적인 가격대로 대중을 겨냥한 제조 · 직매형 의류(SPA) 편집숍이 잇달아 등장했다.

◆'매장=브랜드'

편집숍은 주로 한두 곳에서 소량의 물량만 내놓고 시장을 테스트하는 공간이었으나 최근엔 매장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명품 수입업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00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분더숍'은 매장을 9개까지 늘렸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를 발빠르게 미리 보여준다는 전략으로 마니아 고객을 확보한 결과다. 드리스 반 노튼,몽클레르,마르니 등은 이곳에서 인지도를 높여 독립 매장을 열기도 했다. 오보영 분더숍 사원은 "지난 10여년간 앞선 트렌드를 보여주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방문 고객의 60%가 구매할 정도로 고정 고객층이 두텁다"고 말했다.

소수의 패션리더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편집매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에이랜드'는 서울 명동,가로수길,홍대 등 핵심 상권에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APC,탐스 등 수입 브랜드는 물론 동대문 보세의류,신진 디자이너 제품 등 500여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400억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는 웬만한 중소기업 여성복 매출 규모다.

◆편집숍에 눈독 들이는 패션업체

패션업체들도 '라움(RAUM)''퍼블리쉬드''랩(LAP)''코인코즈' 등 자체 편집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는 위험 부담이 작고,빠르게 변하는 시장 특성에 대응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성복 에고이스트 등을 판매하는 패션업체 아이올리는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98㎡ 규모로 랩의 문을 열었다. 취급 브랜드 수는 60여개다. 수입 제품이 50%이며 동대문 디자이너 및 숍 브랜드 제품 40%,자체 제작 10%의 비중으로 구성했다. 강태구 아이올리 영업팀 과장은 "12명의 상품기획자가 600여개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며 "보통 한 매장에서 주말에 1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데 랩은 개점 첫날에만 1억원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대도 2만9000~19만8000원으로,백화점에서 파는 제품치고는 저렴하다는 게 쇼핑객들의 반응이다.

여성의류업체 보끄레 머천다이징도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 본점 · 노원점 등 5개점에 여성 영캐주얼 상품군 최초의 편집숍 코인코즈를 선보였다. 미국 동부의 최신 패션을 선보이는 매장으로 해외 10개 브랜드,국내 11개 브랜드를 판매하는데 월평균 매출이 동종 상품군보다 30%가량 많다는 설명이다.

LG패션도 2009년 여성전문 편집숍 브랜드 라움을 선보인 이후 현재 가로수길 등 4개까지 매장을 늘렸고,F&F도 퍼블리쉬드란 간판으로 지난해 9월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편집숍을 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시리즈' 매장 30개를 운영하고 있다. 김택욱 아이올리 LAP 기획팀장은 "일본에서는 '유나이티드 애로즈''빔스' 등의 편집숍이 글로벌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편집숍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상품기획자(MD)의 역량에 따라 브랜드를 선별하고,소량씩 들여와 판매한다는 점에서 '셀렉트숍'이라고도 부른다. 매장 컨셉트에 맞춰 의류 액세서리 신발 문구류 등 여러 아이템을 갖춰 놓고 있는 게 특징이다.


안상미/김동욱/조미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