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자 금형센터를 만든 뒤 중소기업 인력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중소 금형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금형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노하우가 핵심인 금형산업에서 전문인력을 빼가는 것은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금형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LG 등 대기업의 생각은 다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이 무한 경쟁하는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차이는 거의 없다"며 "결국 디자인이 관건인데 중소 금형업체가 초정밀 금형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자체개발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부득이 금형센터 건립에 나섰다는 얘기다.

업종만 다를 뿐 비슷한 논란은 대 · 중소기업 사이에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기업이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워 중소기업이 포진한 분야에 진출하면 "영세기업들은 다 죽으란 말이냐"는 반론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경제논리와 '상생(相生)'문제가 정면 충돌하면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독일 · 일본 등 금형강국들은 어떨까. 중소기업이 금형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기술 수준도 한국보다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중소 금형업체들이 강한 비결을 "금형 기술의 높은 부가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해 주는 덕분"으로 꼽고 있다. 이성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형기술센터장은 "금형은 공개하는 순간 기술이 노출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개발자가 기술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은 물론 해당 금형에 대한 수리도 맡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대기업이 응분의 기술료를 내고 중소기업의 금형을 사게 되면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 더 매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이나 노하우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약한 국내 현실은 정반대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저가입찰이나 대량 수주에만 의존하다보니 기술축적이 더디고,기술수준이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원은 "상생의 궁극적 해답은 기술보호장치 등 제도 마련과 함께 대 · 중소기업 간 교섭력 차이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