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자신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퇴'를 거론,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정 위원장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자신의 '초과이익공유제'제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듭 비판하자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반성장위원장을 그만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최 장관만을 겨냥한 차원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성장 정책 추진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 아니면 최 장관,둘 중 한 사람을 택하라는 메시지로 사실상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정 위원장이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워 유력 대선주자가 됐던 '이회창식 행보'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경제수석을 지낸 최 장관이 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수행하고 돌아온 뒤에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날을 세운 것은 배경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담아 '총대'를 메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도 물러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20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 위원장이 사퇴 문제 등을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알려온 바 없다"며 "우리(청와대)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논란은 내부적으로도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한 문제"라며 "정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됐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 위원장은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행정부에 이런 이견이 있을 때 조정하는 역할을 하던 분"이라며 "논란을 일으키는 공개적인 문제 제기 방식을 택한 게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초과이익공유제는 이 대통령의 뜻과도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는 정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라며 "시장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이 대통령의 철학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로선 정 위원장과 맞서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 만약 정 위원장이 사퇴를 강행하면 자칫 동반성장이라는 화두 자체가 빛이 바랠 수 있다. 게다가 4 · 27 분당을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파워게임'과도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키우기 위해 그를 총리로 기용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 주류는 그를 보궐선거 후보로 밀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강재섭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임명한 지 두 달여밖에 안된 최 장관을 교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와대는 물밑에서 정 위원장과 최 장관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던져주면서 사태해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