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벤처 중 가장 화제가 됐던 회사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회사가 있다. 티켓몬스터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해 불과 7개월여 만에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이 회사는 올 들어서는 월 매출 2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벤처의 신화로까지 불리는 NHN이나 넥슨도 일찌기 달성하지 못한 초고속 성장이다.

티켓몬스터는 창업자들이 모두 국내외 유명 대학을 나온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모든 티켓이나 서비스를 반값에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티켓판매 업체의 서비스 질이 문제가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티켓몬스터는 이런 비판을 수용,최근 티켓 구매 고객이 업소를 방문한 후 불만이 있을 경우 전액 환불해주는 '티몬 프라미스'를 도입했다. 그루폰을 뛰어넘어 한국의 구글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를 만났다.

◆아이비리그 출신들의 국내 벤처 입성

신현성 대표를 중심으로 신성윤,이지호 등 창업 멤버 5인 중 3명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유명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출신이다. 김동현,권기현 등 다른 2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이다. 나이도 1985~1987년생으로 비슷비슷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이 왜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할까. 이런 호화 창업진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신 대표다. 신 대표는 아홉 살 때 미국에 건너가 유펜 와튼 경영스쿨을 졸업하고 매킨지&컴퍼니에 다니며 미국에서 잘 살아왔지만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을 동경했다. "미국은 정말 창업 아이디어가 많고 한국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도 충분히 있죠.그런데 아깝게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한국에서 기회를 살려 보기로 했습니다. "

신 대표는 2009년 미국에서 소셜 커머스 업체 그루폰이 급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 사업이 뜰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에 비슷한 모델이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없다는 것도 그를 자극했다. 그는 유펜 친구들인 신성윤,이지호 두 사람을 설득했고 한국에 들어와 김동현,권기현 두 사람도 끌어들였다. 이게 지난해 3월이었다.

◆지향점은 마케팅 플랫폼

티켓몬스터는 세상 모든 티켓(공연 · 음식점 · 클럽 · 골프연습장 · 피트니스센터 등)을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공동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요즘엔 소셜 커머스라는 명칭으로 통한다.

기존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서 하는 공동 구매와 달리 24시간 동안 한 가지 티켓만 판매하고 품목도 매일 바뀐다. 정상가의 50% 할인을 기본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이보다 더 싼값에 나오기도 한다. 흔하디 흔한 공동 구매지만 사람들은 반값 판매에 열광했다. 티켓몬스터가 업소를 엄선하고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지만 가격이 비싸 포기했거나 망설였던 상품,티켓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온 ·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티켓몬스터가 급성장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티켓몬스터는 반값 할인을 넘어서는 마케팅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게 돼야 소비자와 자영업자,그리고 티켓몬스터 모두 윈윈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사업자로부터 하루 한 가지 서비스만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받고 사업자들은 초기 비용과 위험 부담 없이 효과적인 홍보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유난히 주말 손님이 없어 골치를 앓고 있는 식당이 주말 뷔페 식사권을 티켓몬스터를 통해 판매하면 빈자리를 채울 만한 손님을 모을 수 있고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식사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티켓몬스터는 소비자 · 공급자 모두 행복한 마케팅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

◆"한국의 구글 되겠다"

5월 오픈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매장 티켓만 팔았던 티켓몬스터는 이후 서울 강북 · 분당 · 부산 · 일산 등 24개 지역으로 확장했다. 지금까지 티켓몬스터를 이용한 고객은 60만명이다.

티켓몬스터는 고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할인 판매 사이트가 아니라 수많은 자영업소들이 자신의 제품과 매장을 이 사이트를 통해 알리고 판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온라인 광고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네이버와 일차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이런 예상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티켓몬스터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그루폰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매출이 급증하고 그루폰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지면서 그루폰의 성장은 구글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네이버에 키워드 검색 광고를 내는 것보다 티켓몬스터를 통해 할인권을 파는 게 훨씬 유용하다고 여기면 네이버를 떠나 티켓몬스터로 옮겨올 수도 있다.

신 대표는 지역 확장은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은 고객층을 좀 더 세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가 상품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프리미엄 사이트를 오픈하거나 특정 연령대 고객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20~30대가 가장 많이 찾는 여행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보다 다양한 소비자와 판매자를 만족시키는 채널을 늘려 나가는 게 올해의 핵심입니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