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이후 조업을 전면 중단했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조금씩 생산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닛산자동차는 21일 오파마와 도치기,요코하마,샤타이 4개 공장의 부품 생산라인 가동을 재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샤타이 규슈공장을 시범적으로 가동했다.

이에 따라 닛산은 이와키공장을 제외한 전 사업장의 부품라인 조업을 개시했다. 닛산 관계자는 "해외 공장에 공급하는 부품을 먼저 만들고 있으며 24일부터는 완성차 생산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체인 소니 역시 22일부터 도치기현에 있는 충전용 배터리 공장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앞으로 1주일 안에 이바라키현에 있는 DVD 제조공장도 재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진피해가 큰 미야기현 내 4개 공장은 아직 재개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선 블루레이 디스크와 반도체 레이저 등을 만들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이 공장을 다시 돌리고 있지만 이번 대지진에 따른 파장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훨씬 우세하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이와키 엔진공장의 피해가 워낙 심해 닛산은 아예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만드는 엔진을 역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당초 일본 공장을 지난 14일 재가동하려고 했으나 생산재개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도요타는 22일까지 완성차 공장을 다시 돌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지진피해로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은 다국적 기업들은 아시아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컨설팅업체 액센츄어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 있는 부품공장을 북미나 중남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액센츄어는 미국에 본사를 둔 287개 다국적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61%가 국외공장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일본 지진이 미국 대기업들에 공급망 위험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787 항공기 부품 중 약 35%를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는 보잉은 조만간 재고가 바닥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매트 라일리 액센츄어 이사는 "그동안 값싼 노동력 등을 이유로 아시아 지역을 선호했지만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등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에선 공급처와 수요처를 가까이 두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